[시론]이호재/김대중정부 6개월의 功過

  • 입력 1998년 8월 24일 19시 47분


6개월은 새로 출범한 ‘국민의 정부’를 평가하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아직은 국민이 선택한 지도자와 정부가 좋은 통치를 할 수 있도록 국민의 여론과 힘을 모아주어야 할 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좀더 시간이 지난 후 ‘국민의 정부’를 평가할 기준점을 새 정부의 출발점에서 명확히 밝혀보는 것도 새 정부의 장래와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어떤 면에서는 새 정부에 대한 여러가지 평가가 빨리 나오면 나올수록 도움이 될 것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정부의 업적을 평가하는 기준은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우리 국민이 왜 집권당보다는 야당인 국민회의를 선택하여 여야간의 정권교체가 일어나도록 하였을까 하는 의문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김영삼(金泳三) 정부의 다음과 같은 세가지 실패를 김대중 정부가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새 정부 평가의 중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첫째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몰고 온 김영삼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둘째는 특정지역에 편중한 인사 정책의 실패와 그로 인한 TK PK 등으로 상징되는 망국적 지역주의 및 지역간 갈등과 대립의 심화, 셋째로 김정일(金正日)정권의 조기붕괴와 흡수통일의 가능성을 무모하게 믿고 남북관계를 대결 상태로 악화시킨 대(對)북한 정책의 실패. 김영삼 정부를 몰락케 한 이상의 문제들이 막중하고 어려운 만큼 김대중후보의 ‘준비된 대통령론’이 국민의 동조와 기대를 얻어 어려운 역경 속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날 수 있었다.

그후 경제정책에 있어서 새 정부는 한국경제의 총체적 파탄을 의미하는 IMF관리체제의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단 시급했던 외환위기를 넘겼고 환율도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위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국민적 불안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아직 비효율과 무사안일의 ‘영국병’을 고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 같은 강력한 인물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가 우선하고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이 형성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많은 사람이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과감한 경제개혁이 지체되는 것 같다.

또한 ‘국민의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IMF사태 탈출이라는 인식도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김영삼 정부처럼 IMF사태를 안일하게 보는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최근의 여러 선거에서 후보자들의 출신 지역이 당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정치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것은 역대 집권당이 한민족의 통합과 민주주의 발전을 크게 위협하는 지역감정을 정치에 악용한 결과다. 노련한 정치가인 새 대통령마저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 민족의 장래는 매우 어둡다.

물론 지역주의는 어느 한 대통령이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은 김대중대통령이 역대 대통령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고 지역을 초월해 범 국민적 인재를 발굴하는 인사 정책으로 지역주의 정치를 타파한 ‘위대한 정치가’가 되기를 열망한다.

새 정부가 확실한 신념을 갖고 남북한의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에 입각한 ‘햇볕정책(대북 화해포용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평가할 일이다.

한국 경제발전의 상징적 인물인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최근에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나들고 북한과 공동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성공시키고 있는 것은 IMF관리체제로 실의에 찬 한민족에게 새롭게 희망을 주고 있다.

간첩선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민의 불안감을 달래면서 남북 경제협력의 길만이 북한 주민을 살리고 북한을 공존번영의 길로 유도할 수 있음을 역설하여 기본 정책에 흔들림을 보이지 않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다. 이것은 김대통령의 오랜 경륜과 용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끝으로 고언(苦言)하고 싶은 것은 민주적 정권교체는 ‘왕조의 교체’처럼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 정권으로부터의 계속성도 존중되어야 현 정권의 법통성과 권위가 국내외적으로 강화되어 외교 및 통치기반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이 점을 깊이 유의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이호재<고려대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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