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종필총리가 해야할 일

  • 입력 1998년 8월 18일 18시 56분


김종필(金鍾泌)씨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국무총리로 지명된 지 1백73일만에 ‘서리’ 꼬리를 떼고 온전한 총리가 됐다. 김대중정부는 출범 6개월이 다 되는 시점에 법적 시비가 없는 진용을 비로소 갖추게 됐다. 그동안의 우여곡절은 일차적으로 국회파행에서 연유했지만 김대중정부와 김총리 본인에게는 커다란 짐이었다. 이제 새 정부와 김총리는 그런 짐을 벗고 일할 수 있게 됐다.

김총리는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대독함으로써 완전한 총리로서의 활동을 본격화했다. 그 자리에서 김총리는 “총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할 것이며 해서는 안될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김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命)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보통의 총리와는 다른 특별한 위상을 갖고 있다. 정부의 제2인자이면서 동시에 정권의 ‘공동 대주주’인 것이다. 그런 만큼 김총리의 역할과 책무는 막중하며 그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 또한 크다.

김대통령은 국민의 힘을 모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극복하고 국정의 총체적 개혁을 통해 ‘제2의 건국’을 이루자고 호소했다. 김총리는 이 국가적 과제의 실현에 내각이 앞장서도록 독려하고 챙겨야 한다. 그의 성향과 자민련의 노선은 보수적이지만 이제 김총리는 좀더 개혁적인 자세로 정책을 추스르고 정치를 끌어주어야 한다. 당면한 정치개혁과 경제 구조조정에서부터 지도력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보수정치인으로서의 상징성을 살려 개혁에 저항하거나 방관하는 일부 보수적 기득계층을 설득하고 어우르는 일에도 힘써 주기를 기대한다.

김대중정부는 DJP합의라는 원초적 굴레를 안고 있다. 그러나 그 합의도 눈 앞의 국난극복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김총리와 자민련의 장래도 DJP공동정부의 성패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김총리는 당과 자신의 정치적 소리(小利)보다 국정책임자로서의 대의(大義)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내각책임제 개헌이나 공동정권협의회 운영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김총리의 발언은 옳다. 어떤 문제로든 여여(與與)갈등이 표출돼 국정의 혼란을 부르는 일은 피해야 할 시기다. 김총리는 인사(人事) 안배에서도 그런 대국적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정권교체 이후 여야관계는 대립과 마찰로 점철돼 왔다. 게다가 총리인준을 중심으로 빚어진 여야갈등 때문에 김총리에게는 야당에 대한 야속함 같은 것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야관계가 삐걱거려서는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김총리는 그동안의 앙금을 털고 대야(對野)관계를 원만히 끌고가는 데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