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헛장사

  • 입력 1998년 8월 17일 18시 59분


국내기업들이 올 상반기중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호전되기는커녕 오히려 높아졌다. 경영실적이 나쁘리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연말결산 전체 상장회사 반기순익이 사상 처음 적자로 나타났다. 우선 적자규모가 너무 커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12월말 결산 5백49개사의 상반기 순손실액이 무려 13조7천억원에 이른다. 작년 상반기 이들 기업이 2조3천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경영악화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제조업체의 경영악화다. 제조업체들은 1천원어치를 팔아 62원의 손해를 보는 출혈장사를 했다는 분석이다. 경제회생의 기반이자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제조업의 급격한 수지악화가 정말 우려된다. 이렇게 장사가 안되다보니 기업들의 부채비율도 크게 악화됐다. 30대그룹의 경우 작년 상반기 365%이던 부채비율이 올해는 412%로 47%포인트나 높아졌다. 기업들의 재무구조개선 노력이 첫해부터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경영실적 악화의 요인들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다 안다. 내수경기 부진과 환차손 그리고 금융비용증가라는 악재들이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요인들이다. 정부로서도 당장은 효율적인 대책 마련이 어렵다. 특히 하반기에는 기업경영환경이 더 나빠질 전망이다. 내수와 수출부진에다 환율요인과 금융비용부담도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적자구조가 심화되는 것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상반기 경영악화의 원인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에 따른 장단기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같은 노력은 두갈래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이다. 지금까지처럼 가격경쟁력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품질경쟁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구조개혁을 통한 원가절감과 경영혁신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아울러 정부는 기업경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금리인하를 통한 금융비용부담을 덜어주는 것이고 다음이 수출증대를 위한 세제 금융상의 지원책을 내놓는 일이다. 지금과 같이 높은 금융비용을 물고는 어느 기업도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하다. 수출 또한 획기적인 지원책이 없이는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보다 확실하게는 기업 금융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짓고 내수진작을 위한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을 강구해야 한다. 당장은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경기부양책을 쓸 수는 없지만 내수가 계속 위축되어서는 기업회생의 숨통을 틔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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