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과 수출

  • 입력 1998년 7월 28일 19시 45분


최근 급락세를 보이던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28일 하루 급등락을 거듭했다. 작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때 1천1백원대로 떨어졌다가 1천2백50원대로 마감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수출업계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적정환율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외환당국은 직접개입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이같은 신중한 태도는 옳다. 환율이 등락을 거듭할 때마다 정부가 개입한다면 시장기능 자체가 왜곡되고 안정기반이 무너지게 된다.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해놓고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 들 경우 환율정책 자체에 대한 불신만 키우게 된다. 이에 따른 부작용과 혼란은 어떤 다른 부수적인 효과로도 상쇄할 수가 없다. 어제 환율이 요동친 것도 당국의 시장개입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정부가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환율등락 그 자체가 아니다. 환율급등락의 원인과 그 진폭의 축소에 관심을 둬야 한다. 최근의 환율급락은 일시적인 외환수급의 불균형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지금 외환시장에는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에다 기업 해외매각자금 유입 등으로 달러공급이 넘치는 가잉여(假剩餘)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월말 결제자금 마련을 위한 수출업체의 달러매각과 환차손을 피하기 위한 거주자 외화예금의 방출로 공급과잉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환율 급락추세는 외화공급과잉에 따른 단기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또 환율급락은 급등의 전조일 수도 있다. 한동안 환율이 하락추세였다 해도 장기적으로는 상승요인이 더 많다. 경상수지가 나빠지고 국내 금융 외환시장에서의 수익성 악화로 외국자본유입이 주춤거리기만 해도 급반등할 가능성은 크다. 정부는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되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환율하락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 외화 수급조절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환율하락 추세가 너무 가파르다면 지난해 말 외환위기 때 한국은행이 시중은행과 종합금융사에 제공한 외화대출금 1백20억달러의 조기상환과 99년 4월로 예정된 선물환 실수요거래제 폐지시기를 앞당기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도 있겠다.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 수출이 문제지만 환율하락의 득실을 수출 한가지만으로 따져서는 안된다. 수출증대는 다각적인 수출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또 가격경쟁력만이 수출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 수출도 가격경쟁력만이 아닌 제품 및 기술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환율이 높아진다고 무턱대고 수출이 잘되고 채산성이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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