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 배심원평결]자동차 구입

  • 입력 1998년 7월 8일 19시 52분


▼ 남편생각 ▼

김동열(35·한솔PCS 인사팀 과장)

맞벌이하는 아내와 내집을 마련할 때까진 차를 사지 말자고 약속했었습니다. 결혼 6년차에 이르러 드디어 이달에 독립문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 입주하게 됐어요. “이제 차를 사면 어떨까?”하고 아내에게 말했다가 퇴짜를 맞았지요.

차를 사면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문화적 혜택’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세살 여섯살난 딸들과 70대 장모를 모시고 있는데 주말에 나들이 한번 하려면 쉽지가 않죠.

휴가철도 다가오는데 항상 경주 부산 등 고속버스나 기차가 닿는 도시로 밖에 갈 수가 없는 게 불만이에요. 태안반도 제부도 설악산 등 대중교통 수단이 거의 닫지 않는 한적한 곳을 찾아가고 싶은데 차가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평소에도 용산가족공원이나 서울랜드에 한번 가려 해도 아이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가기가 쉽지 않아 집안에 눌러앉아 있게 돼요.

집안에 누가 갑자기 아플 때는 ‘꼭 차를 사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첫아이 때 한밤 중에 아내가 산고를 호소하자 당황했던 기억이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30분만에 아이를 낳았는데 하마트면 택시안에서 출산할 뻔했죠. 그래서 항상 집안에 비상용으로 콜택시 전화번호를 적어 놓고 있습니다.

▼ 아내생각 ▼

장진숙(35·서울사당동 치과의사)

차를 사자고요? 물론 가족끼리 놀러갈 때나 쇼핑갈 때, 긴급상황에서 편리하겠지요. 그러나 출퇴근 등 일상적인 생활에 별로 필요가 없는데 굳이 차를 사자는 데에는 반대예요.

우선 주말엔 좀 쉬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차가 생기면 돌아다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 오히려 차에 얽매이게 되죠. 나중에 시간여유가 있을 때 사는 것은 괜찮지만 토요일까지 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인 상황에서 주말에는 가족끼리 집에서 편히 쉬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는 것이 좋잖아요. 다리운동도 되고. 할인매장에 차를 몰고 쇼핑을 가는 것도 좋지만 백화점이나 대형슈퍼에서도 배달해 줍니다. 홈쇼핑을 해도 되고요.

남편은 ‘차가 없다’는 소리를 듣기 싫은가 봐요. “아파트 단지 내에 거의 모두 다 차가 있다” “현대 대우 기아에 다니는 친구들이 차를 팔아달라고 아우성이다”고 말하기도 해요. 그러나 그 돈으로 아이들 교육하는데 쓰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더 큰 것은 안전문제예요. TV에서 교통안전 캠페인을 볼 때마다 차를 사지 않은 게 그렇게 맘이 편할 수 없더라고요.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도 한순간의 실수로 깨질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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