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임대차 새 풍속도]『전세를 월세로』전환 급증

  • 입력 1998년 6월 14일 21시 45분


《집주인과 세입자간 전세분쟁이 심화하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전세와 월세의 장단점을 비교해보고 임대차 유형의 변화를 전망해본다.》

▼시장 상황〓서울의 잠실 상계동 목동 등지에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두드러진다.

이들 지역 전체 거래 건수는 올 들어 대폭 줄어든 가운데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가 성사된 전세와 월세의 비중은 작년 하반기 9대1 또는 8대2에서 7대3 또는 6대4로 변했다.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대폭 내려도 세가 나가지 않자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로 바꾸고 있다. 세입자들이 월세집을 찾는 이유는 소득이 줄어 목돈 마련이 어렵고 보증금 반환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택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집값 하락 지속될수록 전세가 퇴조할 것으로 내다본다.

▼전세와 월세 비교〓전세제도는 주택 보급량이 절대 부족하고 은행권 주택금융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주택금융으로 정착했다.

집주인은 신축 주택의 일부를 전세 놓거나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 전세금을 받아 부족한 주택융자를 보충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통상 월 2부로 치는 월 임대료 수준이 통상 시중금리로 계산되는 전세 거주비용보다 높기 때문에 전세를 선호했다.

‘전세 보증금은 되찾을 수 있으나 월세는 까먹는 것’이라는 인식도 전세선호 현상을 거들었다.

임대차 유형중 전세 비중은 90년 55.5%에서 95년 63.6%로 꾸준히 증가한 반면에 월세는 90년 38.2%에서 95년 31.0%로 줄어들었다.

시중금리가 18% 이상으로 오르면서 전세와 월세의 주거비용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 전세대란이 시작되면서 전세의 리스크(위험성)도 높아졌다.

집값과 전세보증금이 동반 폭락하면서 집주인 입장에서도 집을 짓거나 사들여 전세를 놓는 것보다 그 돈을 은행에 넣어두는 것이 훨씬 수익이 높고 안전하다.

▼장기 전망〓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여건이 △주택보급률 100% △주택가격 하향안정세 △주택금융 확대 △주택 개념 변화(소유→주거) △외국자본 진입 등으로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내집 마련’에 대한 집착이 점점 약해지고 내집 마련 비용이 줄어들어 세입자의 발언권이 강해진다는 뜻이다.

임대차 유형은 전세에서 월세로, 월세에서 미국식 월세로 움직여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증금 크기는 점차 줄어들고 소정의 하자보증금을 걸고 다달이 임대료를 내는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것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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