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터전 ④]홍병희/미래 식량생산과 환경

  • 입력 1998년 6월 11일 19시 54분


안정적인 식량 생산과 공급은 인류의 역사가 끝나지 않는 한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산업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70년대 후반 인구의 증가로 인하여 식량 수요가 급증했으나 녹색혁명의 주역인 ‘내비성(耐肥性)품종’과 ‘고투입 다수확 재배기술’의 보급으로 어느정도 해결할수 있었다.

그러나 투입된 자재에 비례하여 수량이 증가하는 특성을 지닌 내비성 품종의 특성으로 인하여 다량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투입하는 고투입 식량 생산 체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 결과 비료와 농약을 포함한 농용 자재의 증산으로 화학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고 축산 폐기물 증가에 따른 탄산가스와 메탄가스 발생이 증가하여 대기 오염의 요인이 됐다.

또 과다하게 투입돼 작물들이 다 이용하지 못한 농자재와 농약 비료는 토양에 남거나 물에 녹아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측되는 식량 구조의 변화

현재까지 우리 나라는 쌀 위주의 식량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견되지만 미래에는 다소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인구 증가와 산업 시설 및 공익 시설의 확충에 평평한 논이 우선적으로 점유 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대에는 논면적 1백만정보의 유지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쌀 생산이 점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식량 소비 패턴도 많이 달라졌다. 한 사람이 1년간 소비하는 쌀도 70년대 1백36㎏에서 현재는 약 1백㎏ 수준이며 2000년대 초반에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인 80㎏ 정도로 감소하리라는 예측도 있다.

한편 우리 국민 특히 젊은 세대들의 식성이 국수류 빵 피자 등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밀 수요는 점점 증가하여 연간 소비량이 일인당 38㎏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밀은 99.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앞으로 점증하는 수요를 감안할 때 이제는 국내 밀 생산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쌀 소비가 밀 보리 콩으로 대치되어 가는 현 상황은 세대가 교체됨에 따라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맥류 이모작 재배를 환경보호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이모작이 가능한 60만㏊에 맥류를 재배하면 8백45만t의 이산화탄소가 고정되어 우리 나라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 5천만t의 17%가 맥류에 의하여 탄수화물로 고정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면적에 2백40만t의 맥류를 생산할 수 있어 막대한 외화(5억달러) 절약이 가능하고 논 토양에 농축된 인산 가리 비료분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큰 이점도 있다.

▼저투입 고정밀 관리기술이 미래 생산 체계의 근간

미래의 환경 친화형 식량 생산을 위해서는 저투입 환경에 적응하는 고성능 품종육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병충해 및 식물 영양의 종합 관리 체계를 도입하여 비료 및 농약의 이용을 최대한 줄이고 유기물 비료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재정 및 금융지원의 확대가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보전형 농업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도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투입 농가의 소득 감소분은 정부가 직접 보전해 주는 방법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무공해 식량의 생산을 위해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한 병충해의 극복이 중요한 과제이며 토양분석을 통한 필지별 유기질비료 위주의 비료 처방이 시급하다.

<홍병희 교수>

▼약력

△고려대 식량자원학과 졸업 △미국 네브래스카 주립대 석사 △미국 워싱턴 주립대 박사 △고려대 자연자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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