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야영업 허용 안된다

  • 입력 1998년 6월 7일 20시 14분


규제개혁위원회가 8월부터 유흥업소의 심야영업 제한을 전면 해제하기로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다. 불필요한 규제를 가급적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기는 하지만 심야영업 문제는 어려운 경제상황이나 청소년 보호대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순히 규제철폐의 차원에서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경제난국으로 온 국민이 씨름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기존 법규를 고쳐가며 유흥업소들이 밤새도록 술판을 벌이도록 허용한다면 향락과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심야영업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뿐더러 단속 공무원의 비리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어 아예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단속의 실효성이 없다면 단속을 더욱 강화하는 쪽이 옳지 규제 자체를 없애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정부당국은 심야영업 허용을 통한 경기활성화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향락 퇴폐문화를 부추겨온 유흥업소의 영업시간 연장이 경제회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심야영업이 허용될 경우 가장 걱정스러운 것이 청소년문제다. 그동안 나이트클럽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가 청소년의 주요 탈선장소로 등장했으나 그나마 영업시간 제한조치가 탈선을 줄이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 심야영업이 재개될 경우 늦은 시간 청소년들의 탈선 유혹을 자극해 청소년 보호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우려가 높다.

특히 지난해 7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이 발효된 이후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나 시행 초기에 보였던 정부의 단속의지는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청소년에게 버젓이 술과 담배를 파는 기성세대의 상혼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경제난국 이후 혼란의 와중에서 청소년 범죄나 탈선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마당에 유흥업소의 심야영업까지 재개되면 청소년 보호대책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 뻔하다.

이번 조치에서 규제개혁위원회는 이같은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한 흔적이 엿보이지 않는다. 청소년이 자주 출입하는 노래방 비디오방의 영업시간 제한을 그대로 유지시킨 것이 고작이다. 경찰 단속이 느슨한 심야에 청소년의 유흥업소 출입을 무슨 수로 막을 것인지, 날로 기승을 부리는 불법 변태영업은 또 어떻게 막을 것인지 등 구체적인 보완책 없이 너무 안이하게 결정을 내린 느낌이다.

규제철폐가 모든 분야에서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청소년 문제나 향락산업을 다루는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정부는 심야영업 허용조치를 철회하고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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