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캠페인]濠-뉴질랜드의 노인 교통대책

  • 입력 1998년 5월 25일 19시 28분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교외에 사는 제널드 닐슨(68)은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마다 대학 동창들을 만나기 위해 시내 나들이를 한다.

닐슨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동창들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렸으나 요즘은 걱정이 앞선다. 몇달전부터 눈이 침침하고 차 소리도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횡단보도를 건너기가 두렵다. 열심히 걷는다고 걸어도 녹색 신호가 꺼지기 전에 도로 반대편에 도착할 수가 없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선 언제 발을 내디뎌야 할 지 도무지 자신이 없다. 노인 교통사고 소식을 접한 후에는 더욱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다.

뉴질랜드의 인구는 3백71만여명. 이중 60세 이상 노인이 60만여명으로 16% 정도다. 그러나 보행중 교통사고로 숨진 노인은 전체 보행중 교통사고 사망자의 30%가 넘는다. 지난해 전체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54명 중 60세 이상 노인이 17명(31.4%)이었다.

특히 보행자가 길을 건널 때까지 차량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얼룩무늬 횡단보도’에서 노인 교통사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자가 우선권을 갖는다는 생각에 차량이 당연히 정지할 것으로 믿고 노인들이 차량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하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빚어진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 도로교통안전청(LTSA)은 횡단보도 중간지점에 설치하는 ‘보행자 대피섬’을 늘려가고 있다.

96년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가 10.8명으로 선진국 수준인 호주의 경우도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문제는 심각하다. 96년 전체 보행중 사망자 3백51명 중 60세 이상 노인이 97명으로 27.6%나 된다.

뉴사우스웨일스 도로교통청(RTA)은 94년 9월 시드니 대학의 교통공학연구팀에 60세 이상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에 대한 연구를 의뢰했다.

연구결과 노인 교통사고의 80% 이상은 고령자들이 교통상황에 대한 판단을 잘못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인들이 도로를 건너는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해 ‘신호등 점멸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RTA는 일반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평균속도가 초당 1.2m인 반면 노인의 경우는 초당 0.9m라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노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횡단보도의 녹색신호등 점멸시간을 2,3초 늘렸다.

RTA 교통안전책임자인 피터 키펜버그는 “대낮에도 모든 운전자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다니도록 권장하고 있고 노인들은 야간에는 반드시 불빛에 잘 반사되는 밝은색 옷을 입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시드니〓이호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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