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돋보기답사]김명국의 「달마도」

입력 1998-05-18 19:02수정 2009-09-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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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달마도(達磨圖)로 평가받는 불후의 명작, 김명국(金明國·1600∼1662 이후)의 달마도(국립중앙박물관).

단숨에 그려낸 작품으로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달마의 정신세계가 절절히 묻어나는 걸작이다. 중국 일본의 달마도와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인도 출신의 승려로, 중국 선종(禪宗)의 시조(始祖)인 달마(5세기말∼6세기초). 그는 9년 동안의 면벽(面壁) 참선과 중국 소림사 권법(拳法)의 창시자로도 유명하다. 중국 남북조시대때 중국으로 건너가 양(梁)나라 무제(武帝)의 부덕과 오만함을 질타했다가 그의 분노를 사 죽음을 당했던 달마. 그리곤 관 속에서 다시 살아나 신발 한짝만 남기고 서쪽으로 떠나갔던 달마. 그의 서천행(西天行)은 속세를 초월한 선(禪)의 세계로 나아간 것이었다.

달마도엔 따라서 선의 세계, 즉 깨달음이 담겨야 한다.진리는 글이나 말 속을 뛰어넘는다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 달마도는 곧 절대 자유, 절대 무심(無心)의 경지이자 절대 공(空)의 진리여야 하는 것이다.

김명국의 달마도엔 이 깨달음, 선의 세계가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 선무(禪武)를 중시했던 달마의 무인(武人)다운 풍모까지.

그의 달마도는 우선 거칠 것 없는 호방함, 시원스러운 묵선(墨線)과 여백의 조화가 압권이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탁 트인 용모. 두 눈을 부릅뜨고 매섭게 정면을 응시하는 강렬한 시선. 우뚝 솟은 매부리코와 짙은 콧수염, 풍성한 구레나룻. 이 그림에서 먼 곳을 바라보는 달마의 시선은 영원의 진리를 갈구하는 선승(禪僧)의 집요함이다.

대담한 생략과 절제, 여백의 미학 역시 탁월하다. 이것은 9년간의 면벽 좌선으로 응결된 달마의 정신세계다. 여백과 생략이야말로 선의 침묵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 한없는 깊이를 한두번의 붓질로 표출했으니…. 그의 경지엔 작위적인 기교가 끼여들 틈이 없다.

김명국의 달마도가 세계 최고라는 점은 일본 중국 그림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일본 달마도의 완성자로 평가받는 선승 셋슈토오(雪舟等楊·15세기)의 달마도를 보자. 선의 경지를 추구했던 구도자의 위엄은 보이지 않고 지독한 매서움만이 가득하다. 김명국 달마도의 깊이에 이를 수 없음이다.

선화의 백미인 김명국의 달마도.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김명국이 이 그림을 일본에서 그렸다는 사실이다. 일본에 통신사로 갔던 1636년, 또는 1643년이 달마도의 제작연도다. 당시 그의 그림 솜씨를 알고 몰려든 일본인들에게 적잖이 그림을 그려주었고 달마도 역시 그중의 하나. 이후 달마도는 계속 일본에 보관돼오다 일제시대때 우리가 구입했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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