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곽수일/정부산하기관 개혁의 초점

  • 입력 1998년 5월 12일 19시 58분


우리나라에서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제기되는 문제는 정부나 산하기관의 효율성을 올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 정부마다 행정개혁위원회나 행정쇄신위원회 등을 설치해 공공부문의 구조개혁을 시도하고 개혁의 주대상이 공공부문의 경영개선으로 등장한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와 경제의 어려움이 무능한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서 기인했다는 평가에 따라 위기극복을 위한 정부구조와 역할의 개혁이 필수 안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 용두사미 되지 않도록 ▼

일반적으로 정부기관이나 산하단체가 설립되는 이유를 돌이켜보면 첫째는 국방상 및 전략상 이유, 둘째는 공공수요의 충족, 셋째는 정치적 신조, 넷째는 역사적 발전단계의 연장선상에서, 다섯번째는 지역이나 산업개발을 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립된 정부기관이나 공단 공사들은 시대적 변천과 경제 사회적 발전에 따라 설립동기를 중심으로 존립의 필요성이 재검토되거나 경영의 효율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게 된다. 이때 개혁의 초점은 자연히 구조조정을 통한 통폐합이나 효율성 제고에 놓이게 되고 결국 적은 비용을 들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도 정부나 산하단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새로운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특성이 주인 없는 정부단체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의 로비에 쉽게 흔들릴 수 있고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한가지 이유 때문에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개혁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히 용두사미격이 돼버리곤 한다. 따라서 이번 ‘국민의 정부’가 정부나 산하단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추진하는 개혁은 다음 세가지 초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첫째는 개혁이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질 경우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공단이나 공사가 과거 설립된 이유가 있고 필요에 따라 존재하는 것이지만 시대적 변천에 따라 민간이 그 역할이나 임무를 맡을 수 있는 경우 과감히 민영화하거나 민간부문에 이양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가 공공성이 있다고 해 정부에서 100%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과용이라 하겠다. 비록 공공성이 있는 재화라도 민간부문에서 경쟁하며 경영하는 경우 효율성은 시장논리에 따라 제고될 것이고 정부는 필요한 경우 아웃소싱(Outsourcing·외부 발주)만 하면 될 것이다.

쉬운 예로 현재 정부 각 부처가 저마다 최소 한개씩의 전속 연구소를 갖고 있다. 이는 선진국 정부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초기에 마땅한 연구기관이 없어 설립된 것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가 그렇게 많은 출연 연구소를 갖고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부처들의 편의주의적이고 이기적 관행이라 하겠다. 이제부터는 정부정책의 연구수요가 있는 경우 민간연구소에 연구 위탁하는 제도가 확립되고 출연 연구소들은 민영화되어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정부 산하단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후에 엄격한 경영평가가 수행되어야 한다. 현재의 정부투자기관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경영평가가 실시돼왔으나 형식적 과정에 그쳐왔다. 특히 정부투자기관의 경영평가이후 각 공기업들이 경영평가를 담당하는 부서를 두어 좋은 성적을 받도록 노력하는 모습은 얼마나 경영평가가 형식에 흐르고 있고 오히려 정부투자기관의 관료화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산하 단체의 평가는 3년에 한번씩이라도 외부 전문기관에 의해 심층분석해 그 기관의 존속여부에서부터 경영성과까지 논의돼야 하겠다.

▼ 경영평가 외부에 맡겨야 ▼

끝으로 정부나 산하기관의 구조와 경영개혁은 정부기관의 특성상 공무원이나 소속직원이 아닌 민간인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주인 없는 조직에서 내부인에 의한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항상 개혁의 당위성은 논의되면서 실패하는 원인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곽수일 <서울대 경영대학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