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사이언스⑭]순간이동장치

  • 입력 1998년 5월 12일 19시 24분


지난해 12월 영국의 저명한 과학잡지 ‘네이처’에는 세상이 깜짝 놀란 논문 한 편이 실렸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의 실험물리학자 6명이 광자를 순간이동시키는데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빛은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갖고 있는데 미시세계에서는 ‘광자’라는 입자 형태로 존재한다. 바로 이 광자를 순간이동시켰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설계한 장치는 양자물리학 법칙을 따르는 광자에 한정된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사람도 순간이동할 수 있다’는 영화 속의 이야기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흥분했다.

영화 ‘더 플라이’는 순간이동장치를 개발한 과학자의 비극을 담고 있다. 순간이동장치란 한 곳에 있는 물체를 단번에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장치.

이 장치는 우선 물체를 이루고 있는 원자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저장한 뒤 원자형태로 완전 분해해서 전송한다. 그 곳에서 이 정보를 이용해 순식간에 원래 물체를 재구성하면 순간이동이 가능하게 된다.

‘더 플라이’에선 과학자 자신이 직접 장치 안으로 들어갔다가 함께 들어온 파리와 혼합돼 기형적인 파리인간이 된다.

실제로 순간이동장치를 개발하는데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물체를 이루는 원자를 해체해서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전송하는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요된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에 관한 정보를 모두 저장하는 것도 문제다.

몸을 이루는 원자의 위치와 전자가 점유하고 있는 에너지 준위, 원자 사이의 결합강도, 분자의 진동상태 등을 저장하는데 대략 원자 한 개에 1가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한 사람의 정보량은 약 1028에 달한다.

지구상에 있는 책을 모두 모은다고 해도 1012 정도밖에 안된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양이다.

한 사람의 몸에 있는 정보를 현재 시판되고 있는 하드디스크 중 용량이 가장 큰 10짜리에 넣는다고 하면 얼마나 많은 하드디스크가 필요할까.

한 개의 두께를 10㎝ 정도로 보면 그 높이는 무려 은하계 폭의 세 배로 1만광년에 이른다.

저장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이를 전송하는 일 또한 만만하지 않다. 디지털정보를 전송하는 최신장치는 고작해야 1초에 1백정도가 가능하다.

이 정도 속도로 한 인간의 정보를 전송하려면 우주 나이(1백억년)의 2천배에 달하는 시간이 걸린다.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jsjeong@sensor.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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