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변형윤/상암구장 신축이 역시 옳다

  • 입력 1998년 5월 5일 22시 24분


IMF사태로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도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오랜 논란 끝에 서울 상암동에 축구전용구장을 건설키로 가닥을 잡은 것은 잘한 일이다.

우선 경제가 어려우므로 모든 경제 주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부 또한 재정지출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형 국책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한 수긍이 가는 일이다.

▼ 미래위해 꼭 필요한 투자 ▼

그러나 우리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를 중단해서는 안된다. 지금 당장은 괴롭고 힘들지만 머지않아 경제가 회복되리라는 믿음을 우리 모두가 갖는 것이 중요하며 그러한 믿음 위에서 한편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꾸준히 미래를 향한 설계와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는 결코 모든 것을 잃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많은 국민은 4년 후인 2002년에는 경제가 회복되고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 우리의 저력을 전세계에 과시할 수 있기를 열망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 상암동 주경기장 건설을 포기하는 것은 어찌보면 국민으로부터 꿈을 앗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케인스는 ‘경제는 심리현상(Economy is Psychology)’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꿈을 잃은 사회로 전락한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IMF사태보다 훨씬 두려운 일이다.

경제논리로 보더라도 주경기장 신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투자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 사업의 중요도다. 월드컵이 지구 최대의 행사라는 것은 TV 시청자수가 단적으로 말해준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전세계 TV 시청자수는 연인원 1백20억명이었지만 94년 미국 월드컵 때는 3백20억명에 달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4백10억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정부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 대해서는 이미 3천6백억원을 책정해 놓고 있으면서 비중으로 따지자면 그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2002년 월드컵을 위해 1천2백억원의 지원이 어렵다는 것은 어떤 경제논리로도 정당화하기 힘든 일이다. 투자재원이 한정돼 있을수록 사업의 경중을 분명히 가려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에 주경기장을 짓느냐 마느냐를 놓고 그동안 벌인 논쟁의 표면상 이유는 재정부담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설득력이 크지 않다. 서울 상암지구에 주경기장을 지을 경우 도시기반 시설비는 월드컵 비용과 무관한 것이다.

서울시는 여러 시립아파트의 주민들을 상암지역으로 이주시키기 위한 비용 등을 경기장 건설과 관계 없이 대부분 금년 예산에 이미 책정해 놓았다. 그리고 경기장 건설을 위한 서울시의 부담이 6백억원이라고 하는데 이는 앞으로 4년 동안 서울시 전예산의 0.2%밖에 되지 않는다.

주경기장을 신축하더라도 2002년 월드컵 행사가 끝나면 ‘애물단지’가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서울에 처음으로 탄생하는 축구전용경기장을 많은 국내외 경기를 치르는데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되는 일이다. 여러가지 문화행사에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며 경기장 내에 각종 수익시설을 설치할 수도 있는 것이다.

▼ 88올림픽 경험 잘 살려야 ▼

우리는 지금과 비슷한 어려움 속에서도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을 갖고 있다. 80년 마이너스 5.2%(1980년 가격표시)의 경제성장률 앞에서 많은 사람이 절망에 빠졌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험한 난국을 이겨냈다. 다만 그 당시의 정치 사회적 여건 때문에 성공적인 개최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사후에 국익을 증진시키는 것과 연결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2002년을 위한 시설투자비는 88올림픽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2002년 월드컵이 민족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하느냐 못하느냐는 오직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변형윤<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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