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아방송 개국 35주년

  • 입력 1998년 4월 24일 19시 47분


‘사라진 방송’ 동아방송(DBS)이 오늘로 개국 35주년을 맞는다. ‘4·19혁명의 아들’로 태어난 동아방송이 80년 신군부의 강압으로 전파를 빼앗긴 지 올해로 18년, 우리는 아직도 그때 그 ‘국민의 방송’을 잊을 수 없다. 동아방송은 60, 70년대의 암울했던 군사독재시절, 국민에게 진실과 자유를 전달하는 참된 소리, 바른 소리였다. 돌아보면 그것이 동아방송이 전파와 재산을 빼앗긴 죄 아닌 죄였을 것이다.

5·17쿠데타를 감행한 80년 신군부세력이 동아방송을 비롯한 5개 방송사의 8개 TV 라디오 채널을 KBS에 통폐합시킨 명분은 이른바 ‘공영방송체제 구축’이었다. 그러나 이는 국민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전파 강탈행위였다. 그 과정은 이미 88년 국회 언론청문회에서 대부분 드러났다. 동아방송 역시 최고경영자가 보안사 지하조사실로 강제연행돼 방송포기각서를 써야 했다. 주주총회 결의도 거치지 못한 채 전파와 송신소를 탈취당한 것이다.

당시 신군부가 방송통폐합 명분으로 내세웠던 ‘공영체제’ 명분은 90년 6공정부가 ‘공민영’으로 방송정책을 전환하면서 한낱 허울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방송의 ‘자유경쟁과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민영방송은 되살아났다. 그런데도 ‘792㎑ DBS’의 무선국은 SBS로 넘어갔고 서울 오류동 동아방송 송신소 부지는 KBS가 그대로 소유하는 이해할 수 없는 조치가 취해졌다. 한 변호사는 이를 두고 ‘정부가 장물을 이중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제 또 한번 시대가 바뀌었다. 50년만의 여야간 정권교체로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고 KBS의 사령탑도 바뀌었다. 왜곡된 사회정의를 바로잡고 그릇된 과거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동아방송은 지금이라도 원래의 권리자에게 환원시키는 것이 백번 옳다. 민사상 원상회복의 원리로 보나 형사상 ‘피해자 환부’의 법리로 보나 이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강제로 빼앗은 재산을 원주인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이치다.

동아일보는 신군부 때 강탈당한 재산을 되돌려받으면 이를 사적(私的)으로 소유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미 분명하게 밝혔다. 지금도 그 뜻에는 변함이 없다. KBS가 소유하고 있는 옛 동아방송 재산을 되찾아 공익사업에 투자하거나 2005년으로 다가온 고려대학교 개교 1백주년 기념관 건립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KBS가 직접 고려대에 기증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동아일보가 바라는 것은 오직 ‘원상회복’이다. 잘못된 과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정의는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