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20세기의 영웅

  • 입력 1998년 4월 6일 19시 59분


18세기는 철학과 사상의 시대, 19세기는 소설과 낭만의 세기였다. 전세기에 비해 20세기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정치사적으로는 세계 1,2차대전을 치르면서 폭력과 학살이 자행됐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미국의 국가적 필요에서 원자탄제조가 성공했고 인간이 달에 착륙했다. 이런 의미로 보면 20세기는 핵물리학과 우주개발의 과학적 거보(巨步)에도 불구하고 비이성과 광란의 세기였다.

▼전쟁이 끝난 뒤엔 또 냉전에 의해 지배된 것이 20세기의 역사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가 선정한 금세기 20대 혁명가와 지도자의 면면엔 파란만장한 시대사가 배어 있다. 레닌 마오쩌둥(毛澤東)과 처칠 루스벨트가 함께 오른 것은 입장의 차이를 인정하는 미국문화 때문일지도 모른다. 공산주의가 1917년 러시아, 1949년 중국에서 각각 정권을 수립했으나 1991년 소련의 붕괴로 퇴조한 것도 금세기의 일이다.

▼인간이성은 앞으로도 역사발전의 동인(動因)이 될 것이다. 디드로 볼테르 루소 흄 같은 18세기 철학자들이 이성신뢰를 심었다. 19세기를 소설가의 시대로 장식한 스탕달 플로베르 졸라 등도 인습과 계층의 벽을 초극하려는 주인공들을 그렸다. 스탕달의 ‘적과 흑’은 나폴레옹 군대의 제복과 사제복 색깔을 대조시켰다. 스탕달은 영웅의 시대사가 깊어감을 예고했던 것같다.

▼타임은 금세기의 1백대 인물 중 ‘영웅과 영감을 주는 사람’ 20명을 아직 선정하지 않았다. 전쟁이 있어야 영웅이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평화시의 영웅을 고르는 일이 더 의미있는 것이다. 타임과 CBS TV방송이 공동선정하는 영웅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저널리즘이 그 결정권을 쥐고 있다. 20세기는 저널리스트의 시대라고도 하지만 결과에 대해선 세계인이 평가한다.

김재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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