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 낙관 아직 이르다

  • 입력 1998년 3월 24일 20시 08분


환율이 한때 1달러 1천3백원대로 내려섰다. 지난해 12월 이후 약 1백일만의 일이다. 24일 다시 1천4백원대로 되오르긴 했지만 올 하반기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1달러 1천3백원대가 한때나마 실현됨으로써 환율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높은 환율과 고금리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최대의 걸림돌이다. 어느 정도 떨어져야 환율이 안정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구구하다.

그러나 우선 1천3백원대만 유지해도 경제운용에 크게 여유가 생길 수 있다. 4월에 시작될 국제통화기금(IMF)협약 이행상황 점검때 성장률이나 재정 금융 등 거시경제지표를 융통성 있게 재조정하기가 쉬워질 것이며 통화공급확대나 금리인하 등 급한 현안을 본격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환율이 최근 들어 꾸준한 내림세를 보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외채 만기연장 협상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무역수지가 넉달째 흑자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보유외환이 2백억달러로 늘어난 가운데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다시 들어오고 기업들의 달러매각이 느는 등 시중의 외화자금 사정이 호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환율안정의 기반인 외화수급구조와 대외신용이 불안하다는 데 우리의 답답함이 있으며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비록 단기외채의 상당량을 중기채로 바꾸기는 했으나 외채총액은 줄지 않았다. 그 이자를 물며 적정규모의 외화보유고를 유지하기에는 아직도 불안요인이 많다.

우리의 국가신용도는 여전히 투자부적격 등급에 머물러 있다. 스위스의 한 기관은 올해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세계 46개 주요국 가운데 34위로 4단계나 낮추어 평가했다. 심지어 본격적인 구조조정으로 부실기업의 퇴출(退出)이 늘면 연말 환율이 1천7백원대로 되오를 수 있다는 전망마저 있다.

무역수지가 흑자를 보이고는 있지만 고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은 언젠가 상쇄된다. 증권시장에 들어온 단기자금은 언제든 다시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외화수급불안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환율안정을 낙관하기도 이르지만 어느 정도 내린다 해도 안주하는 자세는 금물이다. 기업 도산은 최소한으로 막아야 하지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실기(失機)해서는 안된다. 시설투자는 높여야 하되 에너지 소비나 사치행락 등 외화의 과소비풍조와 위기불감증이 다시 살아나서도 곤란하다.

우리가 IMF 관리체제를 불러들인 근본 원인은 외화부족에 있었다. 환율이 안정될수록 외화를 알뜰하게 관리하지 않고는 경제회생과 고용회복을 기약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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