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은행 신용도 「먹칠」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세계 최초의 지폐는 대략 7∼9세기경 중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양에서는 15세기말 모로코에 살고 있던 스페인 사람들이 약속어음 형태로 발행했다는 것이 화폐사에 나오는 최초의 기록이다. 서양에서 지폐가 늦게 등장한 이유는 중국에서 발명된 종이가 12세기경 서양에 전래된 탓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지폐가 요즘처럼 통용된 것은 1,2백년 전으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나라마다 지폐를 처음 제작할 때 그안에 권력자의 초상을 그려넣는 경우가 많았다. 종이에 불과할 수도 있는 지폐에 최대한 ‘신용’을 부여하려는 의도였다. 그 사회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 일반인의 신뢰를 이끌어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화폐를 취급하는 은행에 신용은 생명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도 이러한 믿음이 바탕이 된다.

▼우리의 경우 국가부도 위기 사태 이후 은행 신용도에 손상을 입은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은행 자체를 불신하는 사람은 없다. 최소한 은행예금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고객들이 좀더 믿음이 가는 은행으로 예금을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용도가 은행의 생존과 바로 연결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은행에서 우리 금융기관의 신용에 치명적인 먹칠을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은행측이 위조달러임을 알면서도 시중에 유통시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은행이 스스로 신용을 포기한 처사일 뿐아니라 가뜩이나 실추된 우리 은행의 대외이미지를 더욱 나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은행측은 담당 직원의 잘못으로 떠넘기려 하지만 이같은 허술한 내부관리가 오늘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홍찬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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