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동기/경제난 대처, 한눈 팔 겨를없다

  • 입력 1998년 3월 16일 20시 11분


우리나라가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내적 및 대외적 요인 두가지를 종합적으로 분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내적 요인은 우리 정부나 기업 금융기관들이 해야 하는 정부개혁 정치개혁 기업구조조정 금융개혁 내수회복 등이다. 대외적 요인은 외국채권은행들의 상환기간연장과 중장기채로의 전환여부, 추가대출제공여부,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 기관들의 순조로운 차관제공여부, 한국에 대한 국제신인도 개선여부 등이다.

▼ 日-中 경제상황 주시해야 ▼

그런데 한국의 주변국 특히 일본 인도네시아 중국의 경제상황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세계2위의 경제대국이자 세계 제1의 외환보유국(외환보유고 2천2백억달러)이다. 그러나 금융개혁부진과 내수침체로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0%로 예상되고 있다.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 세율이 3%에서 5%로 인상되고 은행도산이 속출함에 따라 일본 국민이 은행예금을 상당부분 우편국으로 옮기는 등 우편저금을 늘리면서 소비를 줄이자 개인금융자산 총액이 무려 1천2백조엔으로 늘어났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퇴장하고 있다.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한국의 기업과 금융기관에 빌려준 약 4백50억달러의 돈도 문제다. 일본이 만약 조기 상환을 요구하면 일대 환란(換亂)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외채를 중장기채로 전환하고 중장기채의 추가 저리차입을 교섭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이나 되고 석유 광물 원목 등 각종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현재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인도네시아에 빌려준 돈은 모두 55억달러에 달하는데 이중 24억달러는 무보증 대출이다. 한국의 채권자들은 개별적이든, 국제협력을 통하든 원리금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을 백방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투자대상국인 동시에 세계 제3위의 큰 수출시장이다. 중국의 수출 감소와 경제성장률 둔화로 위안화의 평가절하설이 계속 나돌고 있다. 중국 위안화는 현재 달러당 8.27위안으로 안정되어 있어 연말까지는 평가절하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지난달 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천4백억달러에 달해 세계 제2위지만 외채 총액도 1천3백73억달러나 된다. 그러나 상환기간 1년미만의 단기외채는 총외채의 17%에 해당하는 2백34억 달러에 불과하다. 한국의 60%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경제는 위기상황이다. 중국정부는 그동안 은행대출금의 75%를 국영기업에 대출했지만 부실채권이 최소한 2천4백억달러에 달해 은행의 지불능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은행대출을 받은 국영기업이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업자의 급증, 수출감소 및 외국인 투자 감소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경우 위안화는 5∼10% 평가절하될 전망이다. 그럴 경우 우리나라의 경공업제품과 조선 철강 전자전기제품 등의 수출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중국 및 동남아 지역에 대한 한국상품의 수출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은 한국이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정치인들이 정치싸움만 계속한다면 한국은 보다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일본 인도네시아 중국의 경제상황이 더 악화되면 한국의 경제위기 탈출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되어 원화의 대달러화 환율이 2천원대로 치솟고 주가지수가 300∼400대로 급락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 기업 숨통 터주는 정책마련 ▼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 당국은 경제구조개혁 전담반을 만들어 경제구조조정 및 실업대책 등을 추진해야 한다. 재벌은 회사 수가 아닌 업종 수를 5,6개로 구조조정하고 금융기관은 군소은행의 통폐합, 부실은행의 자구 노력과 통폐합의 병행을 추구해야 한다. 정부 당국도 자금공급증대 고금리인하 및 환율안정을 추구하는 정책과 경제외교를 펼쳐 기업의 숨통을 터주는 경제운용을 해야 할 것이다.

김동기<고려대교수·경영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