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손진기/공휴일 지정 발상의 전환을

  • 입력 1998년 3월 12일 19시 47분


요즘 정부가 국가 공휴일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설의 이중과세 문제를 지적하자 상당한 논란이 제기될만큼 국가공휴일 제정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정부의 신중한 정책결정을 기다리면서 국가 공휴일을 정함에 있어 참고가 될만한 개인적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우리의 공휴일은 역사 중심이지만 선진외국의 공휴일은 인간과 절기가 중심이다. 역사적으로 큰 일을 많이 겪었던 민족이라 그런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국가공휴일이 제정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침탈에 의해 생겨난 공휴일이 두번씩 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과거에 공휴일이었던 ‘유엔데이’(10·24)가 없어진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어느 나라든 법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도 우리는 제헌절(7·17)을 국가 공휴일로 정해 전 국민이 쉬고 있다. 또한 순국선열의 영령을 기리기 위한 현충일(6·6)을 기념하는 것은 좋지만 이 날을 국가 공휴일로 정해 하루를 쉬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일수록 전 국민이 더욱더 힘을 합해 정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먼저 나라를 위해 숭고한 피를 흘린 선열들에게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선진 외국의 경우를 비교해 보자. 일본에서는 치욕적인 과거를 기념하지 않고 성인의 날, 경로의 날, 문화의 날 등을 국가공휴일로 제정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날의 경우 일본인들은 1주일씩 쉬면서 자녀들과 여행을 다니며 자연과 세상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대신 크리스마스에는 열심히 연말결산에 정열을 쏟아붓고 있으며 같은 동양문화권인데도 설은 신정만 지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절기를 중요시한다. 종교국가이므로 부활절휴가, 추수감사절휴가, 성탄절휴가 등이 큰 명절이다.

낙후된 후진국과 국가의 설움이 많은 민족일수록 역사중심의 공휴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이제 발상의 전환을 해야한다. 역사적 아픔을 되새기기 보다는 우리 민족의 절기와 축제에 맞춰 단오절축제를 부활하고 정월대보름 놀이를 되살리면서 우리 고유의 명절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인간중심의 공휴일이 역사중심의 공휴일을 대체할 때가 온 것이다.

손진기(㈜예솔인터내셔널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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