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분수에 맞는 공직자 골프」

  • 입력 1998년 3월 12일 19시 47분


▼김영삼(金泳三·YS) 전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골프장을 출입했다. 골프실력은 별로였지만. 3당합당 직전 김종필(金鍾泌)당시 공화당총재와의 골프회동에서 드라이브 샷을 하다가 헛스윙을 하는 바람에 뒤로 나뒹구는 YS의 사진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그즈음 YS는 “골프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런 YS가 집권하자마자 공직자들의 골프를 사실상 금지했다. 골프장을 출입하는 공직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단속을 했다. 휴일에 골프를 쳤다는 이유만으로 쫓겨난 청와대비서관도 있었다. 그래도 골프맛을 못잊는 일부 공직자들은 신분을 속이고 ‘도둑 골프’를 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개인의 여가선용까지 규제하는, 참으로 부자연스러운 일이 지난 5년간 지속돼 온 것이다.

▼그런 탓일 게다. 김종필총리서리가 공무원 골프 해금(解禁)을 ‘선언’했다. 건강을 위해, 에너지충전을 위해 골프를 치는 것은 무방하다고 밝힌 것이다. 공무원 골퍼들에겐 희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김총리서리는 “근무에 지장을 주거나 향응성격이어서는 안되며 자기 분수에 맞게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조건부 허용인 셈이다.

▼골프의 가장 큰 단점은 경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다. 한번 나가는데 15만원가량 든다. 공무원 봉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이 때문에 공무원을 상대로 한 향응식 접대골프가 유행해왔고 그에 따른 ‘검은 유착’이 문제였다. YS가 공무원골프를 금지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공직자들은 ‘분수에 맞는 골프’라는 주문에 담긴 뜻을 깊이 새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또다시 ‘휴일의 자유’를 속박받게 될지 모른다.

김차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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