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토론있는 경제조정회의 하라

  • 입력 1998년 3월 11일 20시 11분


대통령주재로 열린 새 정부 첫 경제대책조정회의가 진지했다는 보도다. 정책의 우선순위에 비출 때 일자리창출과 실업대책 등에 역점을 둔 회의결과도 시의에 맞고 무엇보다 토론을 활성화한 회의운영방식이 참신하다는 평가다. 정책의 효율과 조화를 위해 바람직한 운영방식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능은 과거에 비해 구심점이 약하다. 경제부총리라는 사령탑이 없는 데다 기획예산위원회 국무조정실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 등의 분담영역이 명확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인적구성도 협력과 조화를 쉽게 이끌어내기 어렵게 짜여 있다는 평이다. 따라서 신설된 경제대책조정회의가 그 허점을 메울 수 있을지 국민의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일단 첫회의가 소신 있는 발언과 활발한 토론 속에 진행되었다는 소식이다. 경제정책에 대한 대내외 신뢰를 높일 만한 출발이다.

대통령이 경제정책을 직접 챙기기로 하고 조정회의를 신설할 때만 해도 국민은 경직적인 회의운영을 염려했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여서 자칫 지시사항을 받아적는 식으로 회의가 운영된다면 각 부서의 창의를 충분히 반영하는 효율적인 회의운영이 가능할지 염려스러웠다. 대통령의 견해를 의식한 나머지 각 부서가 책임과 권한을 모두 대통령에게 미룰 경우 정책이 실기(失機)할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높았다. 그러나 일단 첫회의는 그같은 일부 걱정을 불식시켰다. 활발한 토론과 기탄 없는 의견개진은 정책조정의 필수조건이다. 앞으로도 이같은 분위기와 회의운영방식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지금 우리 경제현실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다급하다. 금융기관의 단기외채를 장기로 바꾸는 데는 일단 성공했으나 외환위기는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정리해고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실업자 수가 1백50만명에 이르리라는 어두운 전망이다. 높은 환율과 고금리로 물가압력은 높고 금융산업과 재벌을 포함한 기업의 구조조정도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1차 조정회의는 이자소득의 일정률을 떼는 실업세 도입과 공공사업의 확대 등 실업대책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지금 우리에게 요긴한 것은 장래에 대한 믿음과 용기다. 이 위기를 참고 넘길 수 있도록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실직자들에게 임시로라도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은 무엇보다 요긴하다.

경제대책조정회의를 1주일에 한번 정례화한다는 게 정부계획이지만 굳이 주1회로 고정할 이유가 없다. 당분간 필요하다면 수시로 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조속한 극복을 위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큰방향과 일정을 투명하게 제시하는 일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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