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유병진/외국인투자 유치 전략을 짜자

  • 입력 1998년 3월 10일 19시 26분


지난달 미국의 실리콘 제조업체인 다우코닝사가 우리나라에 총 28억달러규모의 직접 투자를 포기하고 그 대상국을 말레이시아로 정했다는 소식은 외채상환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에 자금을 들여와 투자하는 유형은 크게 1년 미만의 짧은 기간에 이뤄지는 단기투자와 1년이상 투자하는 장기투자로 나눌 수 있다. 장기투자 중에서도 가장 바람직한 것이 바로 직접투자다. 외국인이 돈을 들여와 우리 땅에 공장을 짓고 우리 근로자를 고용하여 물건을 생산하는 직접투자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이중에서도 이 자금이 한번들어오면 잘움직이지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 한번 들어온 돈 잘 안나가

예를 들어보자. 어떤 미혼 남성이 3개월 후에 돌려주기로 하고 여자친구에게서 자금을 빌렸다고 하자. 그런데 두사람이 3개월이 채 지나기 전에 결혼했다고 하자. 이 경우 이 남성의 빚은 사라진다. 왜냐하면 둘이 결혼하는 순간 하나의 가계, 곧 가정경제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외국인 직접투자는 곧 두 경제 혹은 기업간의 결혼에 비유될 수 있다. 또 투자자금은 신부가 결혼 전에 모았다가 시집을 오면서 가져오는 자금에 비유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직접투자의 특징을 ‘히스테레시스’효과로 명명한다. 이는 쇠붙이에 전기를 통하면 자력이 생기는데 전기를 제거한 뒤에도 자력은 남는다는 히스테레시스 현상에서 착안한 것이다.

즉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직접투자가 이루어진 후 일정 기간이 지나서 다시 경제상황이 예전으로 돌아가더라도 직접투자의 철수는 일어나지 않으며 전보다 상황이 훨씬 악화되는 경우에만 철수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직접투자는 한번 이루어지면 여간해서는 철수가 일어나지 않으며 이런 점이 단기투기성 성격을 띠고 움직이는 핫머니와 구별된다는 것이다.

또한 직접투자의 장점 중에는 정치적인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 직접투자한 미국기업은 한국의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오히려 한국이 잘되길 원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에 유리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로비를 할 수도 있게 된다. 따라서 직접투자를 많이 유치할수록 우리는 해외에 많은 아군을 확보,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 결국 경제적 측면만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도 직접투자는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다우코닝사의 투자유치실패에 대한 뒷얘기는 무성하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비싼 땅값, 경직적인 행정,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지방공무원, 지나치게 잦은 공무원의 자리이동 등이 실패요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토록 부르짖은 세계화 구호는 결국 허상이었고 말뿐이었던 것이다.

다우코닝사의 투자유치 실패는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될 시행착오로 기억돼야 한다. 나아가 새 정부는 이 투자 유치에 왜 실패했는지를 면밀히 조사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직접투자유치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모든 관련절차와 법규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이에 대한 규제완화를 실시해야 한다.

▼ 공무원에 인센티브를

동시에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공무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직접투자 유치실적을 해당 공무원의 중요한 업적으로 간주하여 이를 유치한 실적에 따라 승진과 보직의 기회를 차등화하는 등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공무원들이 무사안일에 빠지는 이유가 꼭 그들의 자질이나 애국심의 결여 때문만은 아니다. 투자유치를 하거나 안하거나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면 이를 유치해야 할 이유가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조기정립을 위해서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제는 새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다. 이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해 본다.

유병진(명지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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