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무보다 정치내각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새정부의 첫 내각이 구성되었다. 청와대측은 ‘도덕성 개혁성 전문성 지역성’을 감안했다고 하고 국민회의측은 ‘정치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 대거 포진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실무나 전문성의 적재적소 배치라기 보다는 철저한 나눠먹기식 정치형 내각이다. 국난극복과 개혁을 위한 인재등용이라지만 행정 경험도 없고 전문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예상외의 인물들이 다수 눈에 띈다.

우선 인사가 지나치게 편향됐다는 느낌이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를 포함한 18명의 각료 가운데 국민회의 출신이 7명, 자민련 출신이 6명이다. 총리 인준파동을 겪으면서 정치쪽을 특별히 고려한 듯하다. 여권의 원내총무 2명이 모두 장관직을 맡는 등 현역의원만 8명이 입각했다. 당초 거국내각 운운하던 것과는 달리 야당측 의원은 한사람도 없다.

지역적으로도 그렇다. 충청도출신 6명, 전남출신이 5명이다. 여기에 감사원장서리도 전북출신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는 정치 안보 관련 부서는 국민회의측이, 경제관련부서는 자민련측이 각각 맡은 셈이다. 나눠먹기식 자리배분때문에 위기극복을 위한 국민통합과 여론수렴에 차질이 안생길지 모르겠다.

등용된 인사들의 전문성도 문제다. 장관은 정치적 결정만 잘하면 된다는 주장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관부서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불쑥 부서장을 맡아서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기 어렵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생부서나 교육부서는 전문성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 그런 부서장일 수록 정치적 고려에 따라 끼워넣기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2명의 여성장관은 그렇다 치더라도 교육 건설교통 해양수산장관으로 발탁된 인사들의 경력을 보면 해당부서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이해찬(李海瓚)씨의 교육부장관 발탁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교육개혁을 새정부의 핵심과제로 특별히 내세웠다. 그러나 이장관은 교육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3선의원으로 민청학련 상임부위장, 서울시 정무부시장,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을 지냈을 뿐이다. 이장관의 이런 경력과 평소 성향으로 볼 때 그 벅찬 교육개혁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이며 또 가뜩이나 복잡한 교육계 내부의 갈등을 합리와 상식에 따라 추슬러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뜻밖의 인사가 교육행정 책임자로 등장하자 교육계는 “교육계와는 아무 관계없는 정치인을 어떻게 장관으로 보낼 수 있느냐”고 당황스러워하는 반응들이다. 이런 이장관이 과연 다수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교육개혁을 해나갈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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