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교사와 촌지

  • 입력 1998년 3월 2일 20시 08분


▼교사를 보는 시각은 나라마다 차이가 난다. 사회의 스승으로 높이 떠받드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으로 대접하는 사회도 있다. 직업평등주의에 입각해 단순 노동자로 분류하는 곳도 없지 않다. 큰 흐름은 역시 전문직으로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우리를 포함한 동양문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스승’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우리 사회가 교육자에 대해 유달리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교사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울지 몰라도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스승’의 존재가 절실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 초등학교 여교사의 집에서 ‘촌지기록부’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절망감을 느낀 것은 교사에 대한 마지막 기대가 무너진 데서 비롯된 결과였다.

▼당시 교육청에서 해임조치를 받은 해당 교사가 교육부의 재심과정에서 징계가 완화돼 다시 교단에 서게 됐다는 소식이다. 이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검찰측 증언대로 ‘촌지기록부’란 것이 실제 있었으나 현장에서 증거확보를 못한 탓에 복직이 가능했다면 교사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거꾸로 교사 주장대로 있지도 않은 ‘촌지기록부’를 검찰이 꾸며냈다면 검찰이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교사에 대한 불신을 극대화하고 도덕성에 먹칠을 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촌지수수는 아직 근절되지 않은 비리임에 틀림없으나 교육 전반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어려운 사안이다. 교단의 꾸준한 자정운동과 함께 촌지가 필요없는 교육풍토를 확립하는 데 온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홍찬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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