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노트]김세원/조용한 「두 집단」

  • 입력 1998년 2월 21일 20시 10분


만득이, 유머 한가지. 개혁이란 간판이 걸린 식당에 들어가 차림표를 봤다. 법조인찌개 1만5천원, 기업인지짐 1만5천원, 공무원볶음 2만5천원, 정치인튀김 3만원…. 만득이는 궁금증을 참지 못해 물었다. “왜 이 두 가지는 이렇게 비싼가요?” 종업원 왈 “품이 워낙 많이 들어서요. 하나는 질기고 다른 하나는 여러번 씻어야 하걸랑요.” 썰렁한 유머이긴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대목이 있다. 고비용 저효율집단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구조조정의 태풍에서 한발짝쯤 비켜서있는 곳이 바로 공무원 사회와 정치권이 아닌가 싶다. 온 국민이 자기 개혁과 고통 분담을 요구받고 있는데 이들 두 집단만큼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정부조직을 개편한다지만 굳을대로 굳은 관료주의가 하루아침에 고쳐질까 궁금하다. 조각(組閣)을 하는데 사찰기관에서 만든 이른바 ‘존안카드’에 의존한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이들 두 집단에 유권자나 국민은 계몽돼야 할 대상이고 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뜯어고치는 반조립제품(Do It Yourself)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권력쟁취 수단으로서의 정치가 존재했을 뿐이다. 25일 새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다. 그는 한때 사형수였다. 양심수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자랑스럽다. 그래서 그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고개를 숙인 채 쫓기듯 물러나는 전직 대통령의 뒷모습도 지켜보아야 한다. 우리들의 새로운 대통령이 5년 뒤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퇴장할 수 있을지는 이들 두 집단에 달려있다. 이들의 개혁은 결국 우리 자신의 몫으로 돌아온다. 비판과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는 건전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다. 도시에 산다고 저절로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세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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