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경달/서울大의 「사회적 책임」

  • 입력 1998년 2월 18일 21시 10분


“누가 조국의 가는 길을 묻거든 눈을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17년전 서울대 국문과 대학원생이 대학신문에 투고한 시 구절에서 따 온 서울대 교호(校號)다. 서울대와 서울대교수 졸업생 및 재학생의 자부심을 상징해 온 말이다. 그러나 최근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치과대 교수비리 사건과 맞물려 서울대의 ‘허황된 자부심’을 되씹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17일 서울대 선우중호(鮮于仲皓)총장은 대학 개교이래 처음으로 교수비리와 관련된 대국민사과를 발표하는 ‘치욕적’인 순간을 맞았다. 그러나 선우총장은 “민족의 대학이라는 자부심을 되찾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비장한 사과문과 달리 “국민과 언론이 대학과 교수를 보호하는 입장에서 사태를 봐달라”는 부탁으로 모임을 끝마쳤다. 사태의 본질에 대한 파악과 사후 재발방지 약속이 너무 불투명하지 않는가라는 보도진의 지적에 대해 한 보직교수는 “오늘의 자리는 사과문 발표에 중점이 있는 자리이니 기사도 그 방향에 맞춰 써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18일 터져나온 ‘호화판 신입생 음악회’개최소식도 서울대의 ‘사회적 책임’을 되새겨보게 한다. 다른 대학이 최근의 경제난으로 신입생환영관련 행사를 줄이거나 취소하고 있는데 반해 유독 서울대만은 3월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예인을 초청한 거창한 모임을 갖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최근 총장이 주재하는 공식석상에서 건배를 제의할때 ‘겨레와 함께 미래로’란 구호를 외친다. 하지만 이같은 일련의 ‘사건’은 건배구호를 무색케 한다. 서울대가 남보다 앞서 시대의 고통과 아픔에 동참하고 뼈를 깎는 개혁의지를 보일 때 모든 이들이 눈을 들어 ‘관악’을 보게 될 것이다. 김경달<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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