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수품 조달 낭비없게 하라

  • 입력 1998년 2월 5일 20시 28분


대통령직 인수위는 국방부의 군수품 조달에서 예산낭비와 비리 여지를 없애기 위해 무기부품 구매를 조달전문기관이 맡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동안 국방부 조달본부는 수많은 무기부품과 일반 방산(防産)물자들을 생산업체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비싸게 구입해 왔다는 지적이다. 16센트에서 1만1천6백달러짜리에 이르기까지 각종 무기부품들이 생산업체가격보다 심한 경우 수백배나 비싼 값에 도입됐다는 것은 중간무기상들의 마진을 감안해도 지나치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전문인력과 해외정보 부족이 고가조달의 주원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국방부 조달본부가 매년 해외에서 도입하는 무기부품만 해도 10여만 종류에 양적으로 수백만개에 이르기 때문에 군수품 조달업무가 정밀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는 것이다. 업무가 지나치게 방대한 탓에 발생한 문제라면 앞으로 인력을 보강하거나 행정관리체계 개선으로 해결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외환난으로 비롯된 경제위기 시대에 국방예산을 운용하는 관계공무원들이 보다 엄정한 복무정신으로 임한다면 투명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업무미숙과 관행에 젖은 공직기강 해이보다도 더 근본적이고 큰 문제는 군수품 조달행정에서의 ‘비리 냄새’가 아닌가 한다. 만일 예산낭비의 주원인이 비리 때문이라면 관련 당사자들은 사법적 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진상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비리의 개연성은적지않다. 많은 국민이 93년 한 해 동안군의사기를 크게 해친 율곡사업 특별감사를다시떠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투기 해군함정 미사일 등 엄청난 국민혈세가 투입된 율곡사업은 그 예산규모에 비례하듯 큰 이권 챙기기가 정권차원에서 자행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다시 불거진 군수품 고가조달 문제로 국방안보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크건 작건 정부예산은 국민혈세로 충당된다. 공직기강이든, 업무상 특성 때문이든 혈세낭비는 안된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은 군수품 고가조달의 진상을 조사하라고 이미 인수위에 지시했다. 조사기관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군수품 조달업무를 현역보다도 민간전문가에게 맡기거나 업무를 훨씬 더 세밀하게 법제화하는 개선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방안보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예산확보 로비를 강력히 펼치고 있는 국방관계자들은 국방예산의 낭비방지 대책부터 세우는 것이 순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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