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정 타협, 합의가 생명

동아일보 입력 1998-02-02 19:39수정 2009-09-2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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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분담을 위한 노사정(勞使政)협의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노동계가 정리해고제 입법은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이에 맞서 국민회의측마저 오늘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국민회의 안을 국회에 상정,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비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일단 오늘 다시 절충노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시한에 쫓겨 갈등이 불거진 상황이 불안하고 유감스럽다. 고통분담을 위한 국민대타협은 시한내 입법처리가 무엇보다 긴요한 사안이다.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등 노동시장 유연화입법은 노사정위 10대 협의과제 가운데 당사자 이해가 가장 첨예하게 맞서 있는 갈등의 핵이다. 그러나 동시에 국제통화기금(IMF)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때문에 가장 어렵지만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일 뿐 아니라 임시국회 일정과 IMF와의 약속 때문에 입법에 한없이 시간을 끌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동시에 고통분담을 위한 국민대타협은 당사자 전원참여와 완전합의로 이루어내야 의미가 있다. 만약 지금의 갈등상황이 그대로 확대돼 국민회의가 일방처리를 강행하고 노동계가 거리로 뛰쳐 나가 파업투쟁이라도 벌인다면 국민대타협을 통해 국제신인을 회복해 보려던 1차합의 정신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것은 곧 끝장을 의미한다. 아슬아슬한 벼랑 끝에서 간신히 회복하기 시작한 국제신뢰가 한순간에 다시 무너지고 끝내 국가부도 위기를 부를지 모른다. 그동안 장기로 전환한 단기외채는 금융기관이 빌린 2백50억달러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빌린 나머지 단기외채의 만기연장 협상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올해 우리나라가 갚아야 할 외채 원리금 총액은 2백51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다행히 올해 경상흑자가 1백억달러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것으로는 턱없다. 외화부도를 내지 않으려면 1백50억달러 가량의 외화를 또 빌리거나 만기연장해야 한다. 위기는 연기되었을 뿐 끝난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의 신뢰회복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며 정리해고제 도입 등 IMF요구 이행이 필수적인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파국만은 면해야 한다. 노사정위 당사자들은 어떤 경우에도 1차합의 정신을 깨뜨려서는 안된다. 시한에 쫓기는 국민회의 입장이나 정리해고제 도입에 동의하기 난감한 노동계 입지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의 입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다. 핵심과제를 회피해서도 의미가 없다. 사안의 본질을 직시하고 최후 순간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과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하기 바란다. 세계는 오늘의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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