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④]물꼬학교 청사진/2004년 열린교실 이룩

  • 입력 1998년 2월 2일 07시 41분


충청 경상 전라가 함께 어우러지는 삼도봉(三道峯) 자락에 위치한 충북 영동군 상촌면 대해리. ‘자유학교를 준비하는 모임 물꼬’가 2004년에 자리잡을 보금자리다. 물꼬는 젊은이들이 농촌을 등지고 도시로 떠나는 바람에 폐교가 된 2백30여평의 ‘대해분교’를 96년 임대했다. 물꼬가족은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시킬 곳을 물색하기 위해 7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다 찾아낸 이곳을 ‘자유학교’의 실험무대로 바꿔나가고 있다. 산과 논이 주변을 감싸고 있고 시냇물이 흐르는 이 ‘명당’에 자유학교를 세우고 지역 생산 교육공동체가 함께 하는 마을을 일구겠다는 것. 농사를 지으면서 생명의 귀중함을 느끼고 마을사람들끼리 허물없이 정을 나누며 사는 옛삶을 재현한다는 게 그들의 꿈이다. 이번 겨울에는 이곳에서 계절학교를 세차례나 열었다.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눈이 내리는 바람에 참가한 학생들의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졌다고 한다. 상촌리에는 40가구의 농가가 있는데 물꼬가족들이 이주하면 60여 가구의 공동체 마을이 생겨나게 된다. 자유학교는 유치원생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 합쳐 학생만도 1백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물꼬가 처음 폐교를 빌려 ‘일’을 추진하자 마을 사람들은 이 낯선 젊은이들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마을 이장을 찾아가 자신들의 계획을 설명한 뒤 노인잔치을 벌였다. 방학 때면 마을 어린이들을 상대로 ‘열린 교실’을 운영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지금은 마을 어른들이 “좋은 신부감이 있으면 중매 좀 서보라”고 할 정도로 가까워진 것은 그 결실의 하나. 물꼬 교사 목지영씨(26·여)는 “마을분들이 처음에 경계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죠.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이 학교를 운영하려는 좋은 뜻임을 알고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물꼬가족은 더이상 이 마을의 ‘이방인’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사는 한식구가 되는 2004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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