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한국換亂,채권단 책임없나

  • 입력 1998년 2월 1일 20시 12분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를 중장기채로 전환하려는 뉴욕 외채협상이 지난달 29일 잘 마무리돼 설 연휴 사람들의 마음에 다소 위로가 됐다. 그러나 한가지 짚어봐야할 문제가 있다. 돈을 빌려준 채권은행들의 책임이 제대로 부각됐느냐는 점이다.‘빚 진 죄인’이라지만 국제 전주(錢主)들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채무변제가 제대로 안될 경우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채무자에게 있다.그러나 그동안 ‘떠오르는 새시장’인 동남아에 경쟁적으로 투자, ‘고위험〓고수익’의 ‘머니 게임’을 즐겨온 전주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 돈장사의 권위자인 이들이지만 최근의 동남아 국가부도 가능성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외환위기 때 채권자들은 책임을 분담했다. 멕시코가 외채상환 불능상태에 빠지자 89년 당시 미 재무장관 니컬러스 브래디는 원금 및 이자탕감을 뼈대로 한 ‘브래디 협상’을 관철시켜 사태를 수습했다. ①원금 35% 탕감, 30년 장기채화 ②이자 43% 탕감, 30년 장기채화 ③기존 채권액의 25% 추가공급 등 3가지 대안중 채권은행의 45%는 ①안을, 45%는 ②안을, 10%는 ③안을 각각 택했다. 물론 우리가 멕시코를 부러워할 일은 아니다. 채무자가 나서서 빚탕감을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변제능력 상실’을 선언하는 것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탈락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외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을 경우 상당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을 채권은행단의 책임은 거의 묻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이 곤경에 빠진 틈을 타 말도 안되는 고금리를 챙기려 했던 국제 전주들의 냉혹함을 혼내줄 묘방은 없는가. 〈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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