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화폐의 「세뇨리지」란?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최근 외환위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미국은 참 좋겠다. 달러가 없어 고생하는 일은 없을테니….” 맞는 생각이다. 미국은 무역적자와 외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달러가 모자라 고민하는 일은 없다. 80년대 미국 달러화의 급격한 평가절하가 세계적 이슈가 됐고 이 때문에 ‘플라자협정’까지 나왔지만 아무도 미국의 ‘지불불능’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저 달러만 찍어내면 만사형통이다. 돈을 찍으면 이익이 생긴다. 화폐의 교환가치에서 발행비용을 뺀 몫이다. 이를 가리켜 ‘세뇨리지’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왕이 화폐의 세뇨리지를 독식했고 요즘은 중앙은행(정부)이 차지한다. 국제사회에서는 누가 세뇨리지를 챙길까. 기축통화의 발행자인 미국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영국이 차지했고 그 후 일시적으로 미국과 독일 등이 나눠갖기도 했지만 90년대 들어 미국의 독식체제가 확고하게 굳어진 것. 99년에 유럽공동화폐인 ‘유러’가 발행될 예정이지만 상당기간은 세뇨리지의 배분을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미국이 누리는 가장 큰 세뇨리지는 달러의 교환가치에서 발행비용을 뺀 ‘단순 차액’이 아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외환위기나 지불불능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신용의 안정성일 것이다. 〈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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