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순희/김대중차기대통령에 거는 기대

  • 입력 1998년 1월 6일 07시 37분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우리는 힘겹게 치러냈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서정주님의 시구가 오늘따라 유난히 실감난다. 꽃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꽃이 피면 곧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 때문인지 모든 사람은 꽃을 사랑한다. 김대중차기대통령은 오늘을 위해서 입후보 4수에 수인(囚人) 경력까지 겸한 험난하고 기구한 삶을 살았고 한국정치 사상 처음으로 야당승리를 이루어냈으며 영호남이란 동서양단의 최악의 조건 속에서 드디어 제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야비한「정치싸움」끝나야▼ 50년만에 이루어진 정권교체라고 야당진영과 호남에서는 오랜만에 보기드문 자축을 벌이며 남다른 감회에 젖어 있다. 축제가 제대로 끝나기도 전에 끔찍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강도높게 밀어닥쳐 모두가 놀라고 어지러워하며 엄청난 충격 속에 서로 엉거주춤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재 모습이다. 총소리 없는 전쟁을 실감한다. 바로 우리 나라가 전쟁터다. 온국민은 전투태세에 들어섰다. 경제강국들의 논리에 밀려가고 있다.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청와대에서 ‘국시’만 먹고 살았던 사람들은 다 무엇을 했느냐는 질책과 분노가 치닫고 있다. 5년전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김영삼대통령(YS)을 밀었던 부산사람들의 긍지는 이제 허탈감과 자책으로 바뀌었다. 97.3%라는 지지율을 낸 ‘전라민국’이라고 비아냥거렸던 많은 사람들까지도 이제는 김차기대통령에 대해서 호의로 바뀌는 민심을 보면서 놀라게 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YS의 무능한 실정 결과와 김차기대통령의 파란만장했던 세월 속의 강인함이 상대적으로 비교되어 마치 전쟁시대에 총칼 잘 쓰는 장군이 필요했던 것처럼 국가위기라는 우리의 현실 앞에 노련한 명장으로서의 기대감을 갖기 때문인 것 같다. 확실히 평화시대에 필요한 인물이 따로 있고 난세의 영웅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는 치열한 전투를 계속 치러야 하는 곤경에 빠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차기대통령의 그 길고 긴 역경을 극복했던 역량이 드디어 긍정적으로 활용되고 빛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신뢰를 주고 있다. 남과 북의 갈림도 서러운데 이제 더 이상 동과 서의 갈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야비하고 품격이 없는 정치싸움이 계속되어서는 더더구나 안된다. TV 덕분에 돈 뿌리는 선거전이 많이 교정된 것은 사실이나 서로 모략하고 음해하는 작태는 더 이상 봐줄 수 없다. 서로의 비방에는 정말 국민이 식상해 있다는 것을 후보들은 제대로 알아야 했다. 필자는 선거전을 관전하면서 TV광고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광고분야에서 가장 치열하다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경우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상대방 상표를 같이 놓고 자기 것이 최고라고 선전하지만 유독 프랑스에서만은 코카든 펩시든 상대방 상표를 반드시 희게 가리고 선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바로 그런 것이 국민의 문화수준이 아닌가 생각했다. ▼상대방 비방 국민 식상▼ 이번 기회에 모든 언론매체도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절실하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언론의 편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그 순간 ‘얼굴없는 폭력자’ 혹은 ‘무법지대의 공룡’으로 전락해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되고 과거보다 더 심각한 선거 부정부패를 낳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젠 우리 모두가 혼탁함에서 맑음으로 거듭나야 한다. 김차기대통령에게 구국의 기대를 걸어본다. 선거 때 공약으로 제일 강조했던 국민 대화합이 이루어진다면 ‘민주의 꽃’이 이룬 가장 큰 열매가 될 것이다. 이순희(부산대교수/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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