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北 문화유산 유출, 정부대책 서둘러야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45분


▼90년대 초 서울 인사동 화랑가에는 “북한에서 흘러나온 골동품을 국내로 가져오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미술품시장은 호황을 누리면서 가격도 최고조에 달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물건만 손에 넣는다면 중간에서 엄청난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발빠른 상인들은 아예 중국 옌볜(延邊)에 진을 치고 북한에 선을 대려고 열을 올렸다 ▼요즘은 거품이 많이 빠진 상태지만 아직도 최상급 고려청자는 최고 20억∼30억원에 거래가 이뤄진다. 회화작품의 경우 불화나 저명작가의 명품은 수억원을 호가한다. 국내 물정에 어두운 북한측 중개인이 제시하는 금액은 기껏해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정도로 우리 상인들은 그 차익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일본 등 다른 나라까지 구매에 가세하면서 북한 문화재 반출에 불이 붙었다 ▼북한의 문화재 유출은 북한측의 의도적인 외화벌이 수단이거나 개인의 돈벌이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경위야 어쨌든 박물관 소장유물까지 나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술 더 떠 최근에는 북한내 고구려벽화의 일부가 일본을 거쳐 국내로 들어왔다는 소식이다. 벽화를 조각조각 떼어내려면 고분의 훼손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이런 식의 문화재 유출과 파괴는 통일 이후를 생각해서도 그대로 놔둘 수 없다 ▼고구려벽화는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검토되는 인류 전체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이처럼 소중한 유물의 파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북한당국의 무능과 무책임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로서는 남북한 역사학자의 교류와 공동조사를 유도해 우선 북한문화재의 현황 파악부터 서둘러야 한다. 유네스코 등 국제단체의 힘도 빌려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통일 후 분단 이전의 역사를 되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홍찬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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