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개혁 失機하면 안된다

  • 입력 1997년 12월 21일 20시 24분


무릇 모든 개혁이 그렇듯이 정부개혁도 실기(失機)하면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갈 수 없게 된다. 거대 관료조직의 거센 반발에 부닥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개혁의지마저 꺾일 수 있다. 새 정권 출범 이전에 정부개혁방안을 마련한 뒤 차기 대통령 취임과 함께 곧바로 개혁작업에 나서야 한다. 정부개혁의 당위성은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가 없다. 오늘의 국가부도 위기를 부른 것도 따지고 보면 낡고 무능한 정부 탓이다. 과감한 조직개편과 행정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정부로 거듭나지 않고는 지금의 경제위기 타개도 21세기의 미래도약도 기약할 수 없다. 앞으로의 금융 산업 노동 교육개혁과 지방자치 활성화도 행정개혁의 토대위에서만 가능하다. 정부개혁의 기본 방향에는 큰 이론(異論)이 없다.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작은 정부가 기구축소와 집행조직 정비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무슨 조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보다 왜 바꾸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정부수립 후 무려 44번이나 조직개편을 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것은 행정개혁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자가 선거공약을 통해 밝힌 행정개혁의 방향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조직과 기능의 개편, 둘째 각종 행정규제의 철폐와 정부업무의 과감한 민간이양, 셋째 지방화시대에 걸맞은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이양이다. 큰 방향은 옳다. 정부개혁은 자의적이고 불합리한 규제철폐와 시장기능 활성화를 위한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의 개선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 조직운영 개선을 위한 권한의 하부이양, 계약제와 실적평가제 도입, 인사 예산제도 자율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종래의 관료주의적 행정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진정한 행정개혁은 어렵다. 정부개혁은 지방자치 활성화와도 맞물려 있다. 지방자치의 틀만 도입했을 뿐 권한 인력 예산을 중앙정부가 그대로 틀어쥐고 있는 허울만의 자치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은 물론 지역특성에 맞는 지방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없다. 정부개혁에 맞추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도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현재 3단계인 지방자치 구조를 2단계로 줄이고 행정구역도 독자적인 경제단위가 될 수 있도록 몇개의 기초자치단체를 통폐합, 경제권 중심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국가경쟁력은 정부경쟁력보다 지방경쟁력에 달렸다. 지방정부 또한 효율적인 조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조직과 기능만 제대로 조정해도 현재 35만명이 넘는 지방공무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지자체의 비효율과 낭비 역시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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