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신범/국회활동 「표결실명제」 도입하자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0시 16분


국회가 내년부터 국회의원 보좌관(4급)을 1명 더 증원키로 한데 대해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이는 의원들의 입법활동비 인상과 더불어 처음부터 잘못된 일로 백지화해야 한다. 본인은 국회 정치개혁입법특위와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이 문제의 전말을 지켜보면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여기에 반대했기 때문에 운영위 회의에 불참했고 본회의에서도 반대의 뜻으로 표결직전 퇴장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반대 의원들의 이름이나 숫자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국회 속기록은 「이의 없습니까」로 통과된 법안에는 출석의원 숫자만 기재한다. 표결의 경우 의원 5분의1 이상이 기명투표를 요구하지 않는 한 찬반 및 기권의원들의 숫자만 기재하고 의원 개개인의 입장은 적지 않는다. 따라서 법안에 대한 찬반입장을 토대로 의원의 의정평가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에서 영장실질심사제도나 전자주민카드제 등 찬반의견이 엇갈리는 안건에 대해서는 표결실명제를 실시, 국회속기록에 의원 개인의 입장이 기재되도록해야한다고 생각한다.그동안 국회는 회의의 효율성을 이유로 기립표결 방식을 채택해 왔다. 그 결과 의원들은 당론이란 이름으로 많은 경우 책임감을 크게 느끼지 않고 표결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국회는 많은 예산을 들여 본회의장에 전자투표 시설을 설치했다. 이를 아직까지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의안표결에 이 시설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한다면 시간을 절약하면서 각자의 입장을 밝힐 수 있게 되므로 의원들이 자신들의 투표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국회법을 고쳐 실명책임투표가 제도화한다면 보좌관 증원같은 문제도 보다 신중하게 다뤄질 수 있었을 것이다. 아울러 유권자의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 입법활동을 열심히 하고 표결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의원을 평가해주지 않은채 경조사에 열심히 오고 지역행사에 찬조해주기를 바란다면 문제해결은 어렵다. 국회가 충실히 운영되려면 의원들이 입법활동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도록 유권자의 의식이 바뀌고 선거구와 지구당 제도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진 이 시점에서 국민의 비난을 자초한 국회가 고통을 함께한다는 자세로 보좌관 증원과 입법활동비 증액을 백지화해야 하겠지만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식도 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신범(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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