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재계 긴급건의]예금자 불안심리부터 안정시켜야

  • 입력 1997년 12월 6일 20시 48분


금융시스템이 총체적인 불안에 빠지고 한라그룹도 힘없이 파국을 맞자 금융계와 재계는 6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을 받으려고 뛰었던 것보다 더 기민하게 대처해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그리고 재계는 『무엇보다 예금자들의 불안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며 『정부가 혼란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자금부 관계자들은 『종금사들이 자금을 끝내 막지 못하면 금융대란과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부도가 일어날 것』이라며 『종금사 가운데 가망없는 곳은 추가로 영업정지를 해서라도 옥석을 가려서 예금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관계자들은 『경제부총리건 고위관료건 TV에 나가 「정부가 일을 해결하려면 시간여유가 필요하다. 국민이 정부를 믿어주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겠다.예금자는 정부가 보호한다」는 호소를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째, 한은 관계자들은 『시간이 없으니 외국환평형기금 가운데 남은 1조2천억원을 종금사에 대한 단기지원자금으로 돌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종금사에 돈을 직접 주면 은행권도 이를 믿고 자금지원을 재개할 것이며 중견그룹들의 자금압박도 풀리게 된다는 것. 다른 정부재원은 현행법을 고쳐야 하며 외평기금 외에는 달리 방안이 없다는 것. 한은 국제부 관계자들도 『외평기금의 콜자금 운용한도는 6천억원이지만 임시국회에서 사후 승인을 받으면 되는데 정부가 미적거리는 통에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셋째, 현상황을 앞장서서 타개할 곳은 은행밖에 없으므로 은행이 종금사를 연말까지 떠받칠 수 있도록 발목을 풀어줘야 한다는 요구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은행은 올연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8%이상으로 맞춰야 살아남기 때문에 은행이 발행하는 후순위채권을 정부채권으로 바꿔주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넷째, 재계에서는 우량기업이 견딜 수 있는 금리한계를 빨리 파악해 IMF측에 내고 새로운 금리폭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유신(丁有信)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은 『IMF요구에 따라 통화공급을 급격히 늘릴 수 없으나 종금―은행―기업으로 이어지는 부실고리와 부실의 규모를 정부가 신속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량기업의 도산은 부실채권을 양산하고이는다시금융기관의 추가적인 부실화를 촉진하므로 IMF측에 납득할 만한 자료를 내 해결방안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다섯째,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를 현재 잔액보다 50%씩 늘려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 21세기향영리스크컨설팅 이정조(李定祚)사장은 『기업이 억울하게 무작정 쓰러지게 방치하는 게 IMF체제가 아니다』면서 『정부는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에 관한 규제도 빨리 풀어 기업들의 자금조달 숨통을 터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희상·박래정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