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전반 구조조정 서두르라

  • 입력 1997년 11월 24일 20시 09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만으로 한국경제가 곧바로 회생의 전기를 맞는 것은 아니다. 금융산업의 일대 개편, 거시경제정책의 안정기조 강화, 개방경제의 가속화, 산업구조조정 등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중에서도 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은 국민경제의 사활적 과제다. 이번 경제위기를 떠나서라도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고질적 병폐인 고비용 저효율구조의 개선을 통해 경제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지 않으면 안된다. 엄청난 외채를 들여와 금융부실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기업부실이 늘어나면 다시 금융부실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 경제구조 개편이나 기업구조조정은 어제 오늘의 화두(話頭)가 아니다. 한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이 거론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매번 말만으로 끝났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우리의 경제체질이 확실하게 바뀌지 않고는 한국경제의 벼랑끝 위기탈출은 불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책무는 막중하다. 그들은 오늘의 국민경제 파국에 대한 책임도 면할 수 없다. 올해와 지난해에 도산한 10개 그룹의 경영실패는 바로 한국경제의 위기로 이어졌다. 기업들은 이제부터라도 기업경영의 문제점을 통찰하고 과감한 자기개혁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과도한 차입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부채비율을 낮추고 단기부채 의존을 크게 줄여야 한다. 문어발식 사업확장도 지양해야 한다. 무모한 업종다변화와 사업다각화는 결국 수많은 부실기업을 양산했다. 이제 기업의 입장에서도 부채의존형 선단식 경영 탈피와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 경영의 투명성 확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구조조정은 그러나 기업의 자구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려해도 법과 제도상의 규제장벽이 너무 많다. 계열사 통폐합, 부동산 매각, 인원정리 등 어느 것 하나 발목이 잡혀 있지 않은 것이 없다. 한계사업 정리나 사업재편을 위한 회사분할의 경우 절차상의 번거로움과 과중한 세금 등으로 엄두를 못낸다. 금융기관 부채상환을 위한 부동산 매각도 양도차익이 전액 법인소득과 합산되는데다 주민세까지 겹쳐 재무구조 개선효과는 크지 않다. 그나마 부동산 처분 자체가 어렵다. 기업간의 인수합병(M&A)도 지금으로서는 어려움이 많다. 부실기업의 원활한 정리와 퇴출이 이루어지도록 특별부가세 감면확대, 총액출자제 및 의무공개매수제도의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산업구조조정이 한국경제 회생과 경쟁력 확보의 요체라고 한다면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의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 재계가 요구하는 구조조정특별법 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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