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연극 난타 『폭발적 소리에 해방감』관객 북적

  • 입력 1997년 10월 23일 08시 01분


「삐삐 끄지 마세요」 「휴대전화도 켜두세요」 「괴성 대환영」…. 여느 연극 공연장과는 딴판이다. 자막을 통해 1층 3렬 관객들에게 박수를 쳐보라고 시키는가 하면 1층 1렬 손님들에게는 발을 굴러보라고, 소리가 적으니 다시 해보라고 명령을 한다. 8백60석의 객석을 꽉 채우고 계단에까지 주저앉은 관객들은 그래도 신난다는 표정. 지난 10일부터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공연중인 「난타」. 우리나라 최초의 논 버벌(Non―Verbal·無言)뮤지컬을 내건 퍼포먼스다. 무대는 음식점 주방. 네명의 요리사가 등장한다.둘(김문수 서추자)은 연극배우, 둘(이준우 한재석)은 사물놀이 사당패소속. 말은 없다. 리듬과 비트(Beat)가 이들의 언어.냄비 프라이팬 쓰레기통 철가방이 사물놀이가 되고 도마위의 칼질이 설장구 가락으로, 손바닥으로 파리잡기가 펑키리듬으로 변한다. 강렬한 주파수와 진동이 젊은이들의 심장 고동과 함께 뛴다. 커다란 독 술통 다듬이 놋쇠그릇으로 만들어내는 「신토불이 칠채」의 총체적 울림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왜 그렇게 두드려댈까. 배우나 연출자(전훈)에게 물어보면 대뜸 튀어나오는 소리가 『그냥』이다. 좀더 캐물어봤자 『재미있잖아요』소리만 돌아온다. 펀 에식스(Fun Ethics). 「재미가 곧 윤리」인 젊은 세대답다. 제작자 송승환씨(환퍼포먼스 대표)에게서야 『지난해 내한공연한 미국 그룹 「스텀프」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우리나라 사물놀이 가락과 접목시켜…』하는 설명이 나온다. 모방이 무슨 죄랴. 그네들이 온갖 사물을 두드리고 발만 굴러댈 때 우리는 가슴을 치는 국악가락에, 「우리 몸에 우리 음식」 빈대떡 만들기에, 록밴드 반주에, 게다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까지 총동원해 외제에 못지않는 창조적 국산을 만들어냈다. 그리하여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몸의 연극」, 화성(和聲)시대에서 옮아간 박동(搏動)시대의 뮤지컬을 보여준 점은 평가할 만하다. 나이든 세대, 기성연극인에게 「난타」는 연극도 아닐수 있다. 그러나 갈수록 연극과 담쌓아가는 젊은 세대를 이토록 사로잡은 공연은 근래 없었다. 그야말로 록콘서트 저리가라다. 삶에도 리듬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 부엌일에서도 리듬을 찾아내면 저토록 삶이 즐거워진다. 보다 강한 자극을 찾는 세대, 복잡한 세상속에 단순명쾌한 두드림을 원하는 현대인, 그래서 그 폭발적 리듬에서 터질듯한 해방감을 느끼는 이 세기말의 시대를 「난타」는 유쾌하게 난타하고 있다. 11월2일까지. 02―736―8288 〈김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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