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천광암/『웬 걱정?』태평한 경제관료

  • 입력 1997년 10월 17일 20시 11분


김인호(金仁浩)청와대경제수석은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은 객관적으로 뚜렷한 개선추세에 있다. 현재 주가는 이같은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석뿐 아니라 많은 경제관료들이 비슷한 「낙관론」을 펴고 있으며 그 근거로 거시지표를 내세운다. 올 상반기중 경제성장률이 5.9%를 기록했고 1∼9월중 물가상승률은 3.8%에 그쳤으며 1∼8월중 경상수지적자는 작년 동기보다 40억달러나 줄었는데 뭐가 문제냐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거시지표에 바탕을 둔 낙관론에는 많은 함정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성장률이 6.1%를 기록하겠지만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성장률은 4.2%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더 나아가 상반기 체감성장률이 2%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이 체감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주부들이 더 잘 안다. 경상수지는 적자가 줄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는 형편이니 낙관론의 근거로는 함량미달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잇따른 대기업 부도로 소비가 위축돼 수입이 줄어든 것이 수지적자 감소의 주된 이유이며 수출경쟁력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거시지표들은 과거 경제활동이 축적돼 나타난 결과이지 경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거시지표에 안주한 낙관론은 주가 폭락 앞에서 더욱 빛을 잃었다. 모든 경제주체들의 정보와 기대 등이 모이고 교차되는 곳이 증권시장이다. 그런 점에서 주가는 가장 대표적인 경제의 선행지표다. 올들어 9개 재벌기업이 잇따라 좌초한 사상 초유의 부도사태가 진행중이고 금융기관들은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거시지표와 주가 가운데 어느 쪽이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천광암<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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