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해법 논란]「찬밥신세」기아-「대접」받는 쌍방울

  • 입력 1997년 10월 11일 19시 59분


기아그룹과 쌍방울그룹에 대한 채권금융단의 대접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평가가 금융계 내부에서 일고 있다. 또 이같은 차이는 정부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공공연하다. 법정관리신청을 하지 않으면 추가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제는 김선홍(金善弘)회장이 사퇴하든 말든 화의개시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기아의 채권단. 반면 스스로 최종부도를 선언했음에도 뜻밖의 「선처」 덕분에 극적으로 구제받은 쌍방울그룹. 두 그룹의 처지를 두고 금융 관계자들은 『기업 죽이고 살리기의 극단적 양면을 드러낸 관치금융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 차이〓기아그룹은 재계 8위인데 비해 쌍방울은 1백위권에 간신히 드는 규모. 기아는 관련 기업이 무려 1만7천여개에 이르며 회생 여부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오르내릴 정도. 기아사태의 장기화는 이미 금리 환율 주가 등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의 대외신인도에까지 깊은 상처를 냈다. 한편 쌍방울은 속내의 제조,무주리조트,레이더스 야구단 등으로 소비자에 친숙한 기업이지만 경제 산업 전반에의 파급도는 낮다. ▼처음부터 달랐던 채권단 대응〓제일은행은 지난 7월15일 기아그룹에 대해 부도유예협약을 적용키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보름만에 소집된 1차 대표자회의는 경영진의 퇴진각서와 감원에 대한 노조동의서가 제출되지 않는다고 해서 두번이나 무산됐다. 강경식(姜慶植)부총리는 「시장에 맡긴다」는 겉다르고 속다른 말로 포장을 한채 사실은 「김회장 제거」만을 위해 기아 살리기의 많은 가능성을 차단했다. 쌍방울개발(무주리조트)은 이미 지난 1일 부도위기에 처했지만 정부의 「종합금융사에 대한 설득과 압력」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났다. ▼앞으로의 운명〓기아측은 화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채권단을 설득하고 있지만 채권단은 요지부동이다. 협력업체들은 연쇄부도의 위기에 몰리고 있으며 기아측은 임금지급보류와 비용감축 등으로 비정상 경영을 하고 있다. 반면 채권단은 쌍방울이 화의를 신청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들은 『쌍방울은 동계유니버시아드를 지원했다가 자금난에 빠졌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두긴 어렵다』고 말한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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