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교수들의 논문 표절

  • 입력 1997년 10월 11일 19시 59분


▼작년과 올해 교육부 감사를 받은 국립대 12곳, 사립대 7곳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8개대학에서 교수들의 표절논문이 적발됐다. 대학 업무 전반을 살펴보는 교육부 종합감사는 회계 시설감사에 집중적으로 인력을 투입하고 논문감사는 일부 한정된 표본만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표절논문이 많이 드러나는 것을 보면 학문의 절도행위로 지칭되는 논문 표절이 대학사회에 고질병처럼 번져 있는 것같다 ▼교육부 감사관계자는 논문 데이터베이스가 미비한 대학들이 많아 논문감사에 따른 기술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험 등이 수반되는 연구논문은 의혹이 제기돼도 감사팀의 전문성 부족으로 손을 댈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가령 교수논문이 제자의 학위논문과 같은 실험을 통해 비슷한 결론을 도출했으나 실험에 쓰인 시약이 한가지라도 다를 경우 표절로 봐야 할 것인지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전체 논문을 감사했더라면 훨씬 많은 표절을 적발했으리라는 이야기다 ▼교수들이 1년에 한편씩 의무적으로 내는 논문이나 승진심사 때 제출한 논문에서도 표절이 발견된다. 학술진흥재단 등 외부기관이나 대학 자체 연구비를 지원받아 쓰는 논문에서도 매년 연례행사처럼 표절논문이 발각돼 이미 지원한 연구비를 회수하는 소동이 벌어진다. 제자의 학위논문을 정리해서 승진하거나 용역 연구비를 타는 행위는 파렴치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지적재산권 보호의 전통이 뿌리깊은 서구에서는 표절을 중요한 범죄로 다룬다. 한국 대학사회에서는 최고 명문대에서조차 표절논문 파문이 왕왕 생긴다. 한 대학교수는 최근 대학신문 기고문에서 「동료교수의 표절에 대해 침묵하거나 은폐를 도와주는 것이 동료애로 통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오히려 소외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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