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받아도 풀려나는 공무원

  • 입력 1997년 10월 10일 20시 27분


부정부패 공무원에 대한 법원의 양형(量刑)이지나치게관대하다.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법 본원에 뇌물 및 알선수뢰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공무원 중 84.7%가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풀려났다. 2심에 항소한 공무원 52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한명뿐이었다. 수사당시 사회적 비난이 빗발쳤던 파렴치한 뇌물사건도 몇 달 안에 대부분 사법절차를 마치고 관련자들이 줄줄이 석방된다. 뇌물죄의 법정 형량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는 공무원이나 정부관리기업체 임직원이 5천만원이상 뇌물을 받으면 무기 또는 10년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법률을 운용하는 법관들은 신분상실과 함께 퇴직금 연금을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이 크다는 이유로 비리 공무원들에게 관용을 베푸는 경향이 있다. 법관들은 또 『피고인이 공무원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성실히 근무해온 점을 인정한다』며 법정 형량을 크게 감경(減輕)해 준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의 대부분이 과거에 성실하게 근무한 사람들이라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을 뿐더러 사회 다른 분야의 범죄와 비교해 보더라도 현저하게 형평을 잃은 양형이다. 검찰의 수사 또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으로 뇌물사건이 종결되는 것처럼 언제나 용두사미다. 구속될 때만 요란하고 뒷전으로 슬그머니 풀려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불구속기소를 하더라도 중한 뇌물죄에 대해서는 반드시 중벌이 내려지도록 법의 운용과 집행이 개선되어야 한다. 사법부가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부정부패에 대한 불감증이 공직사회 전체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부패한 공무원은 반드시 죄값을 치른다는 사회적 확신이 생겨야만 나라를 좀먹는 공직비리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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