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김세철/『조루…이대론 못살아』

  • 입력 1997년 10월 2일 07시 28분


자영업을 하는 30대 후반의 L씨는 조루증이 있었지만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해서 결혼한지 수년이 흐르도록 부부생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부인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부부갈등을 풀어주는 TV프로그램에 한 30대 후반의 주부가 출연해 부부관계시 남편의 조루증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이대로는 못살겠다. 이혼을 하든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당신도 그 남자와 똑같다는 것이었다. 조루증 환자들은 부인으로부터 강한 불만을 듣고 나면 조루로 인한 불안과 수치심을 피하려고 성적 접촉을 피하려 한다. 그래서 보다 심한 후유증이 일어나게 된다. 이를테면 L씨와 같이 성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는데서 비롯되는 불안이 원인이 되어 이차적으로 발기불능이 되는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의 경우에는 조루증이 계속되면 극심하게 초조감을 느껴 증상이 더욱 악화돼 고민과 죄의식은 점점 깊어만 간다. 조루증에 대한 여성의 반응도 다양하다. 성에 대해 혐오감을 갖는 여성은 조루증이 성관계 동안의 불쾌감을 최소로 줄여준다고 기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여성의 반응은 실망과 관용이 묘하게 교차하여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처음에는 남편이 신경을 쓸 일이 많거나 경험부족, 혹은 피로에 의한 것으로 생각해 곧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참고 기다린다. 또 이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불쾌한 반응을 보이면 증세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생각에서 조심성 있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다가 조루증이 계속돼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횟수가 많아지면 노골적으로 불만족스런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남편은 언제나 일방적이고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 더욱 불쾌하지만 불만을 털어놓으려니 자존심이 상하고 남편의 비위를 거스르는 것 같기도 해 참고 지내는 것이다. 어떤 여성은 남편을 비웃기도 하며 경제적 사회적 문제까지 여기에 결부시킨다. 내성적인 여성은 마음속으로 분개하며 좌절과 우울증에 빠지는 수도 있다. 조루증은 여러 계층의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타나며 정신의학적으로 건강한 남성은 물론 만족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는 부부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남성들은 자신의 사회 경제적 성취만 생각하고 아내가 아무런 불만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같은 행위를 반복하여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아내의 불만을 잘 살펴 대처하는 예지가 필요하다. 02―748―9865 김세철 (중앙대의대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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