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도]갠지스강,수천년 이어온 힌두인의 성지

  • 입력 1997년 10월 2일 07시 28분


인도는 블랙홀이다. 지구의 몸에서 「누런 고름」을 콸콸 쏟아 내보내는 황하(黃河)다. 사람들은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듯 홀려서 인도에 간다. 그리고 삶의 악취에 질려 쫓기듯 돌아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인도를 찾는다. 바라나시 오전 5시. 어스름 시장길. 말과 소 인력거 자전거 트럭 우마차가 사람과 한데 뒤엉켜 흘러간다. 갓난 애를 안은 빈 젖가슴의 엄마거지가 손을 내밀고 적선을 청한다. 장정 4명이 나무 들것에 천으로 감싼 시체를 둘러메고 새벽길을 재촉한다. 어디서 이 북새통 시장길은 끝이 날까…. 그때 돌연 마주선 갠지스강. 인도인들이 어머니 강(머더 강가)으로 부르는 곳. 시장길에서 만난 장정들은 강 상류쪽 화장터에 벌써 자리잡고 앉았다. 강앞 계단둑에 모여있는 많은 사람들. 해가 천천히 솟아오른다. 십리가 넘는 강가에 늘어선 1천5백여개 힌두사원에서는 종소리가 일제히 낮게 퍼진다. 사람들이 옷을 훌훌 벗고 강물로 들어간다. 손으로 물을 받아 마시고 몸을 씻으며 일출을 맞는다. 갠지스강은 진한 황톳빛. 그 진흙탕물에 사람들은 빨래하고 설거지하며 이 닦고 미역을 감는다. 아낙네들은 아예 사리(인도 여성용 전통의상)를 입은 채 강으로 걸어들어간다. 강물에 출렁이는 햇빛위로 사람 태운 회색빛 분가루가 먼지처럼 날아다닌다. 시신은 차가운 장작더미 위에 올려진다. 죽은 이의 맏아들이 강물에 몸을 담근 뒤 발가벗은 채 불을 붙인다. 확 불타오르는 시체. 그렇게 하루 50여구가 태워진다. 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담담하다. 흐르는 강물처럼. 그 옆에서 아이들은 무심하게 연을 날린다.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개들의 눈동자만이 탐욕으로 번득인다. 갠지스강이 있는 이곳 바라나시는 수천년 동안 전해온 힌두인들의 성지. 그들은 이 물을 마시고 목욕하면 죄가 씻기고, 시체를 태운뒤 재를 뿌리면 구원에 이른다고 믿는다. 간디와 네루를 태운 재도 이곳에 뿌려졌다. 그러나 「돈」은 여기 갠지스에서도 역시 최고다. 시신 1구를 태우기 위한 기본요금은 장작값 7백루피(1만7천5백원). 그러나 죽은자들의 공급(?)이 넘쳐 부르는 게 값이다. 부자는 장작을 많이 때 잘 탄 잿가루를 강에 뿌리지만 가난한 자들은 미처 타지못한 시신을 그대로 띄워 보낸다. 장작마저 살 돈이 없으면 화장터옆 전기 화장터에서 태운다. 이도저도 아니면 돌에 매어 수장한다. 도대체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믿음이란 또 무엇인가. 인도사람들은 안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 그리고 그 살과 뼈는 갠지스에서 태워지고 영혼은 하늘로 돌아간다는 것을. 이 곳에 현대와 문명은 없다. 산 자의 업과 죽은 자의 업이 한데 뒤엉켜 그저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만 있을 뿐. 무시무종(無始無終). 인도는 시작도 끝도 없다. 우리네 삶처럼. 〈허문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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