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검찰의 「증거서류 분리제출방안」

  • 입력 1997년 9월 28일 20시 25분


▼현대 법치국가에서는 국가가 재판권을 독점하고 3권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부가 독립하여 소송을 관장한다. 소송제도는 국가와 시대에 따라 각각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현재 대륙법계 국가는 직권주의를, 영미법계 국가는 당사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륙법계에 속하든 영미법계에 속하든 두 제도를 혼합한 형태를 취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대륙법계에 속한 우리나라도 직권주의에 당사자주의를 혼합한 소송구조를 갖고 있다. 민사소송이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취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형사소송에도 당사자주의적인 요소를 대폭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은 공익(公益)과 사익(私益)의 대립이라는 점에서 당사자주의 도입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에서 직권주의의 특색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우리 형사재판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검사와 변호인이 법정논쟁속에 반전을 거듭하는 외국영화같은 재판을 볼 수도 있게 된다. 검찰이 「증거서류 분리제출방안」을 마련, 10월부터 제주지검 등 4개 검찰청에서 시범실시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르면 검찰은 종전처럼 공판시작과 함께 모든 증거서류를 한꺼번에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간략한 공소장만 먼저 제출한 후 변호인의 대응을 보아가며 공판정에서 수시로 증거를 제출하면 되는 것이다 ▼검찰의 소송전략이 사전에 변호인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재판부의 「서류심사위주의 재판」도 없어질 것이라고 검찰은 말한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검찰의 수사기록을 미리 보지 못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중요한 것은 검찰과 피고인이 대등한 위치에서 법정공방을 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법정의 실현의 기초인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이같은 변화가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