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외래 동식물들이 판친다

  • 입력 1997년 9월 25일 19시 57분


▼화산섬인 울릉도에는 본래 개구리와 뱀이 없었다. 일제말엽 산림보호국 직원이 처음으로 섬에 개구리를 들여와 개울에 넣었다. 이 개구리가 온 섬에 자손을 퍼뜨렸다.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개구리들이 마구 못자리를 망쳐놓을 지경에 이르자 농민들 사이에서 천적인 뱀을 들여와 개구리를 몰아낼 궁리를 하기도 했다. 울릉도 농민들이 논농사를 포기하고 소득이 높은 약초 산채재배로 돌아선 10년 전부터 서식처를 잃은 외래종 개구리 숫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화산섬인 하와이에도 뱀이 없었으나 요즘은 화물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온 뱀들이 번성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바야흐로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시대를 맞아 외국산 동식물이 화물선 속의 곡물 사료 목재 등에 숨어 대양을 건너온다. 이것들이 기항지에 상륙하면 화물트럭에 실려 고속도로 산업도로를 타고 맹렬한 속도로 번식한다. ▼「숲속의 깡패」 청설모는 지금의 노장년 세대가 고무줄총을 들고 숲속을 쏘다니던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동물이다. 청설모는 수가 급격히 불어나 새 새알 다람쥐 호두 잣 밤 도토리 상수리 등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고 있다. 수입목재에 숨어 들어왔거나 주한 외국인이 애완용으로 기르던 북미산 다람쥐가 뛰쳐나와 번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0년대에 양식용으로 들여온 황소개구리, 75년 한국 하천에 방류된 베스와 블루길 등도 토종어류와 양서류를 포식하며 담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외래잡초의 경우 80년 2백9종에서 지금은 3백종으로 43.5% 늘어났다. 번식력이 강한 외래 동식물이 상륙, 일단 종자를 퍼뜨리기 시작하면 토종 동식물을 밀어내고 생태계를 크게 바꾸어 놓는다. 이것을 제거하는 데는 울릉도에서 경험한 것처럼 오랜 세월이 걸린다. 이러다가는 산천초목이 외래종으로 뒤덮일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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