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원홍/표절과 도용이 판치는 세상

  • 입력 1997년 9월 6일 20시 31분


문화예술계에 또다시 표절 및 도용 시비가 일고 있다. 문화재보호재단이 주최하는 올해 전승공예대전 대상 수상작이 다른 사람의 작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미술계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표절시비가 있었다. 81년 대한민국미술대전의 전신인 국전 건축부문 대상과 90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화부문 대상이 표절로 수상이 취소됐었다. 91년에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양화부문 대상이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한 통계자료는 미술계에 연평균 1.4건의 표절시비가 일고 있다고 전한다. 미술계뿐만이 아니다. 올해 학계에서는 서울대법대 교수가 동료들의 논문을 무단 전재, 표절한 혐의로 징계를 받았고 고려대 교수는 제자의 논문 일부를 베껴 승진심사용으로 제출했다가 들통이 났다. 영화계에서는 「홀리데이 인 서울」이 홍콩의 「중경삼림」을 표절했다는 시비가 일었고 가요계에서는 「귀천도애」가 외국곡을 베꼈다는 것이 밝혀져 가수가 은퇴선언을 했다. 방송드라마로는 「의가형제」가 일본프로표절시비에 휘말렸다. 학계에서부터 안방극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베끼기」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표절이나 도용은 바로 남의 지적재산을 훔치는 것이다. 사회적 지도층 인사들의 이같은 도덕불감증은 우리를 부끄럽고 슬프게 한다. 이는 모방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창의적 잠재력을 파손한다. 물론 현대 정보화 시대에 영향과 모방은 피할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것도 창조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창의성은 문화발전의 엔진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예술계는 예술표현의 한계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처절한 도전과 실험정신으로 충만해 있다. 신세기 문화대전을 앞두고 창의성경쟁이 아닌 상업적 모방과 판매경쟁만을 노리는 듯한 국내 문화계의 현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이원홍<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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