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한국당의 비교내신제 해프닝

  • 입력 1997년 8월 6일 20시 29분


신한국당 「사교육비대책 특별위원회」가 대학입시에 비교내신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하루만에 번복해 학부모와 수험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정권이 교체되고 교육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게 입시제도이고 교육정책인지라 국민들도 이제 그러려니 체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일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아 넘기기에 정도가 지나치다. 과연 여당이 학부모들의 어려운 심정을 어느 정도 헤아리고 있는지, 교육정책을 세울 때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이 제시한 비교내신제는 비교적 우수한 학생이 많이 몰려 있는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와 비평준화고교 학생의 내신성적을 일반 고교보다 우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언뜻 타당한 측면이 있어 보이지만 대학입시에서 불과 몇점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점을 감안하면 수험생들에게는 보통 민감한 문제가 아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대다수 일반 고교 학생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물론 기존 평준화 정책의 기본 틀까지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 신한국당측은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교육부나 일선 학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국민앞에 불쑥 내놓았다가 이튿날에 백지화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사교육비 완화대책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개 명문대 학부의 지방이전 방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학교마다 이해가 엇갈려 있는 명문대 이전이 하루아침에 간단히 이뤄질 수 없음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물론 「검토」니 「추진」이니 하는 단서조항이 붙어 있긴 했어도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신한국당이 올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선심용으로 이같은 정책을 내놓았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민족의 미래를 결정하는 교육정책은 일시적인 인기에 영합하거나 생색내기의 방편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며 그런 식으로는 혼란만 가중될 따름이다. 교육행정책임자의 잦은 교체도 그렇다. 5일의 개각으로 문민정부 출범이후 4년반만에 무려 5명의 교육부장관이 바뀌었다. 이러고서야 몇십년 몇백년 후를 내다봐야 할 교육행정의 효율적 추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장관이 바뀌는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만 흐트러질 뿐이다. 「교육개혁」의 거창한 구호를 내걸었지만 현정권의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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