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독선과 아집의 역사」

  • 입력 1997년 7월 22일 08시 09분


권력에 눈먼 통치자들은 한 나라를 어떻게 망치는가. 위정자가 민심을 얕잡아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3천년 세계사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다. 지배집단의 탐욕이 빚어낸 비극을 꼽자면 끝이 없을 터. 그러나 여류역사가는 단 네가지 사례를 통해 「민심은 천심」이라는 역사의 교훈을 설파한다. 신화속 불가사의로 남아있는 트로이의 목마, 개혁 대신 타락을 택한 중세유럽 교황들, 정쟁에 휘말려 노다지 미국을 잃은 대영제국, 베트남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국익에 큰 상처를 입힌 미국대통령. 사실(史實)에 대한 충실한 분석을 토대로 역사의 물줄기가 뒤틀리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 왕비를 유괴하는 바람에 일어난 트로이전쟁. 왕은 왜 수상쩍은 목마를 성안에 불러들였을까. 합리적 판단을 무시한채 아집에 집착한 결과는 무서웠다. 지나친 자만은 파멸을 부르는 법. 15,16세기 여섯명의 교황이 돈 여자 권력 전쟁에 맛들이지만 않았던들…. 가톨릭이 개혁의 요구에 귀를 막자 프로테스탄트 운동은 더욱 힘을 얻었다. 조지3세의 영국 내각이 식민지 미국의 독립의지를 부추긴 것도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 정책의 산물이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겪은 실패담도 마찬가지. 정치인의 어리석은 고집은 자원 낭비를 넘어서 무수히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어쩌면 역사는 「바보들의 행진」일지도 모른다고 꼬집는 듯하다. 바바라 터크먼 지음(자작나무·각권 7,800원) 〈박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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