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45)

  • 입력 1997년 7월 20일 11시 45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98〉 우리가 올라온 바위 절벽 꼭대기는 산들로 둘러싸인 오지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배를 박살낸 그 거대한 자석산은 섬이 아니라 반도의 끝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 추측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첩첩이 이어지고 있는 산세(山勢)가 쉬 끝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야 어쨌든 우리에게는 당장 마실 물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도 골짜기마다 깨끗한 개울물이 졸졸거리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골짜기마다 흘러내린 개울물은 한곳으로 모여들면서 거친 물살의 개울을 이루며 우리가 기어올라온 바위 절벽과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다가 어느 산 밑의 동굴 속으로 흘러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개울가로 달려가 물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개울 바닥에 엎드려 물을 마시던 우리는 눈이 휘둥그래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개울 바닥에는 온통 값비싼 보석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홍옥과 비취, 다이아몬드며 금덩어리들이 잔돌처럼 널려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바위틈에 소복이 쌓여 있는 모래들까지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모두 사금(砂金)이었습니다. 산기슭에는 또한 세상에 다시 없이 귀한 침향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차 있었는데 그것들은 인도 남단의 코모린곶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값비싼 나무들이었습니다. 이 높은 절벽 꼭대기,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이런 값비싼 재보들이 깔려 있다니, 우리 일행은 불가사의한 알라의 조화에 감탄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보석들이 있다 할지라도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 험악한 오지에서 벗어나 인간이 사는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말입니다. 따라서 그 지천으로 깔린 보배들을 보고 기뻐한 것도 잠시, 우리 일행은 자신들의 신세를 생각하면서 불안에 떨고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가 하는 데 대한 걱정으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풀뿌리를 캐 먹으며 얼마간을 연명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오랜 배멀미에 시달릴대로 시달린데다가 영양부족 때문에 차례차례 쓰러졌습니다. 그렇게 되니 이제 남은 사람은 불과 대여섯 명뿐이었습니다. 동료가 죽을 때마다 우리는 그의 시체를 깨끗이 씻긴 다음 땅에다 묻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대여섯 명의 동료들마저 끝내 버티지 못하고 죽어가니 마침내 나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동료의 시체마저 땅에 묻고 이제 외톨이가 되어버린 나는 한없이 슬피 울었습니다. 나는 흐느껴 울면서 한탄하였습니다. 『영광되고 위대하신 신 알라 이외에 신 없고 주권 없도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죽었더라면 그들은 나의 시신을 씻기고 땅에다 묻어 주었을 텐데! 이제 내가 죽으면 누가 날 씻겨줄 것이며 땅에다 묻어줄 것인가? 아! 차라리 내가 먼저 죽었더라면 나았을 텐데』 이렇게 울부짖던 나는 일어나 구덩이 하나를 팠습니다. 몸이 쇠약해져서 죽음이 다가오면 언제든지 그 구덩이 속에 들어가 죽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 속에 있으면 거친 바람이 불어와 흙과 모래로 나의 시체를 덮어줄 테니까 말입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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